싱가포르 ‘포스트 리셴룽’ 3각 경쟁 돌입

입력 2018-04-27 05:05
40∼50대 장관 3명 전진 배치… 경쟁 거쳐 차기 총리 지명될 듯
모두 중국계… 래플스고교 동문 軍 출신 찬춘싱 장관 가장 유력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독립한 1965년 이후 정권이 바뀐 적이 없다. 인민행동당이 붙박이로 53년째 집권 중이며 그동안 단 3명이 돌아가면서 총리를 맡았다. 초대 리콴유(2015년 사망)와 2대 고촉통(76)에 이어 리콴유의 장남 리셴룽(66·사진)이 3대 총리다. 2004년부터 재임 중인 리 총리는 수년 내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물려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계자를 특정하지 않아 누가 차기 대권을 잡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전까지 싱가포르의 총리 후계자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일찌감치 매우 간단하게 결정돼 왔다. 고촉통은 취임 6년 전인 84년 지도부가 커피와 주스,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면서 확정했다. 리셴룽은 취임 14년 전인 90년 지도부 점심식사 자리에서 결정됐다. 이에 비해 4대 총리 결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로이터는 지도부, 특히 고촉통과 리셴룽 사이에 합의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리셴룽이 지난 24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후계구도가 좁혀졌다. 60대 장관 3명을 퇴진시키고 젊은 장관들을 전면에 배치한 개각이다. 이들을 경쟁시킨 뒤 후계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후계자 후보로 3명을 꼽고 있다. 찬춘싱(48) 통상산업장관과 헹스위킷(57) 재무장관, 옹예쿵(48) 교육장관이다. 3명 모두 중국계이며 명문 래플스고교를 나와 국비장학생으로 영국 대학에서 공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이들 가운데 찬춘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봤다. 그는 군인 출신으로 소장까지 고속 진급해 육군 사령관을 지낸 뒤 2011년 정계에 입문했다.

리콴유의 비서 출신인 헹스위킷은 오래전부터 후계자 물망에 올랐지만 2016년 내각 회의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전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고 WSJ가 전했다. 옹예쿵은 리셴룽이 부총리로 있을 때 개인비서였다. 내각에서 다양한 보직을 거쳐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대권 결정에 국민여론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집권당은 예나 지금이나 인민행동당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밀실에서 총리가 정해지는 대로 국민들은 따를 뿐이라는 것이다. 인민행동당은 지금까지 지지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현재 의회에서도 89석 중 83석을 차지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