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가 발견됐다. 신경세포의 최소 단위인 시냅스에 기억이 저장된다는 학설이 서양에서 처음 제안된 지 70여년 만에 한국 과학자에 의해 실험으로 증명됐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사진) 교수팀은 한 신경세포의 수천개 시냅스를 종류별로 구분하는 기술(dual-eGRASP)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해마 부위에서 학습에 의해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보인 기억저장 시냅스를 찾아냈다고 26일 밝혔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지점을 말한다.
1949년 캐나다 심리학자 도널드 헵은 “기억은 신경세포의 시냅스에 저장되며 학습에 의한 시냅스의 변화가 기억의 물리적 실체”라는 학설을 내놨으나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신경세포에 있는 수많은 시냅스를 두 가지 형광색(빨간색과 흰색)으로 각각 표시해 구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기술을 생쥐의 해마에 적용한 후 전기충격으로 공포기억을 학습시킨 뒤 시냅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억저장 시냅스는 빨간색으로 표시됐으며 다른 시냅스들과 달리 수상돌기(신경 자극을 받는 부위) 가시의 밀도와 크기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강 교수는 “기억이 어디에 저장되는지 그 위치를 규명한 것으로 1940년대 말 헵이 기억의 본질에 관해 통찰했던 가설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치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기억 관련 질병 치료에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27일자에 게재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 찾아냈다
입력 2018-04-27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