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외교’일까, ‘화전양면 전술’일까.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40) 프랑스 대통령이 단 하루 사이에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진한 스킨십으로 친분을 과시하더니 정작 주요 이벤트인 25일(현지시간) 의회연설에서는 대놓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마크롱은 영어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면서 미국을 향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과 이란 핵합의를 준수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저격’에 가까운 발언이 줄을 이었다. 미국 방문 이래 트럼프와 줄곧 친분을 과시한 것과 아주 대조적이었다.
마크롱은 “어떤 이들은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세계적 도전과제를 극복하는 것보다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를 겨냥한 말이다. 심지어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떠 “우리 행성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트럼프가 유럽연합(EU)에 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데에도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동맹국을 대립시키는 무역전쟁은 우리의 사명과 세계 안보, 역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무역분쟁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으로 정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 움직임에도 태클을 걸었다. 마크롱은 “프랑스는 이란 핵협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가 모든 우려를 해결하지 못한다 해도 근본적인 대안 없이 핵협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브로맨스 뽐내다 트럼프 저격 연설… 마크롱의 ‘밀당 외교’
입력 2018-04-26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