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와해 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 사측을 대리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측과 단체협상을 진행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26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경총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노사대책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재경팀, 총무팀은 물론 회원사 모집·가입·회비납부 등을 관리하는 회원지원본부, 노동정책본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13년 7월 작성된 이른바 ‘노조 대응 마스터플랜’ 문건을 확보했다. 노조 설립과 활동 전반에 대한 단계별 대응지침 등이 담긴 이 문건에는 ‘노조와의 단체 협상을 경총에 위임하고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라’는 방안도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경총은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단체협상을 진행했다.
검찰은 교섭권의 경총 위임 배후에 삼성전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 노조 교섭은 경총이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가 아니다. 때문에 경총은 삼성 측과 위임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들로부터 위임료를 받았다. 검찰은 앞선 압수물 분석을 통해 경총 인사·노무 담당 관계자들이 삼성전자 측과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회의를 하며 교섭 상황을 조율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총 임원 중 일부가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을 미리 알고 있던 정황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당시 협상 과정에 참여했던 경총 관계자들 사무실 역시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이날 취임 50일 기자간담회를 연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런 일(압수수색)이 생겨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면서도 “노사 교섭 일을 맡아 한 사실은 있지만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첫 압수수색 당한 경총… 삼성 대리해 노조와 단협
입력 2018-04-26 19:07 수정 2018-04-26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