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사람들이 복음 전하라’… 방콕포럼 ‘풀뿌리 선교’ 제시

입력 2018-04-27 00:01

‘풀뿌리 선교’.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경기도 포천시 베어스타운에서 ‘미래선교와 선교사’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방콕포럼에 등장한 미래의 선교전략 키워드다.

해외 선교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크리스천 교민들이 직접 복음을 전하는 방식의 선교를 말한다. 교단 선교부나 단체를 통해 파송되는 ‘전문 선교사’와 구별된다.

풀뿌리 선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미국 선교단체 OMF(해외선교단) 소속 손창남(사진) 선교사다. 10년 전 한 선교 포럼행사에서 이 용어를 소개한 손 선교사는 이미 초대교회 때부터 선교 및 풀뿌리 선교 개념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손 선교사는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 새’(행 8:4)라는 성경 말씀이 바로 성도들이 복음을 전했다는 근거이며, 이들이 결국 안디옥교회를 세운 건 역사적 사실”이라며 “사도행전 13장에서 안디옥교회가 바울과 바나바를 선교사로 파송하기 전에 성도들이 참여해 자발적 선교가 진행된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풀뿌리 선교 사례와 관련, 손 선교사는 ‘2세기 말 영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온 상인들이었지 전문 선교사들이 아니었다’는 신학자 프레드릭 페비 브루스 박사의 주장을 인용했다.

손 선교사는 “모라비안 교도들도 선교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파송만으로는 세계 선교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 때문에 선교지에 살면서 직업을 가지도록 권장한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라비안은 1722년 로마 가톨릭의 탄압을 피해 독일로 이주한 보헤미아(현 체코) 출신 기독교인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페르시아, 청 제국 등에서 활발한 해외 선교활동을 벌인 그들은 평신도·전문인·자비량 선교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풀뿌리 선교가 파송 중심의 기존 선교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강대흥 태국 선교사는 “선교지에 사는 크리스천 교민들은 전적으로 현지인들의 삶 속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며 “그들이 저마다 맡은 직업과 삶의 현장에서 선교적 마음가짐으로 복음을 전하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파송 선교사 제도 및 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4년 출범한 방콕포럼은 시니어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선교학자, 선교단체 책임자들이 참여해 실용적인 현장선교 전략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포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