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악수 장면은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군 의장대를 사열하며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받게 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본격 등장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정상회담과 만찬까지 이어가며 머리를 맞댄다.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향후 한반도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하다. 남북 정상이 창의적 지혜를 발휘해 한 번도 가지 않은 항구적인 평화의 길을 개척하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진전으로 요약된다. 핵심은 비핵화다. 비핵화가 남북 정상 차원에서 논의되기는 처음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 문제가 주였던 2000년 1차, 2007년 2차 정상회담과는 무게부터 다르다.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와 요구조건이 명확하지 않다. 선제적 핵 동결 조치는 핵보유국 선언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의 간극은 여전해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고 북·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닌 것이다. 두 정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헤어진다면 후속 대화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모호한 수준의 합의에 만족해선 안 된다. 직접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과 속도, 반대급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동상이몽식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명확한 표현으로 합의문 첫줄에 넣어야 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견지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얼굴을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비핵화 없이는 대북 제재 해제도, 체제 보장도 없다는 점을 전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거론할 경우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정부는 이밖에도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정상회담 정례화 등을 바라는 눈치다. 김 위원장도 각종 교류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문제 또한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핵화 합의에 진전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남북 관계 진전만을 위해 선물보따리를 미리 풀어선 안 된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청와대 표어처럼 시작일 뿐이다.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협의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사설] 남북 정상, 판문점회담 통해 항구적 평화의 초석 놓길
입력 2018-04-2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