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배우들 사이 인기 높은 배역… 10대 때 작품 처음 보고 꿈꿔
기량 뽐내기보다 삶 논하며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작품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 돈키호테·세르반테스(1인 2역)를 맡은 배우 오만석(44)이 극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2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이 대사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르반테스와 대립각을 세우는 카라스코는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해요. 망상에 사로잡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게 미친 짓이라고 하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세상에서 너무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오히려 미친 짓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같은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이번 공연이 8번째다. 스페인의 지하 감옥을 배경으로 극작가 세르반테스가 죄수들과 자신의 희곡 ‘돈키호테’를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자신이 돈키호테 기사라고 착각하는 노인 알론조가 시종 산초와 모험을 다니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도전한다.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세르반테스는 남자 배우 사이에서 인기 높은 배역이다. 조승우 류정한 황정민 홍광호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 갔다. 작품에 첫 도전하는 오만석은 고등학교 때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가슴 한편에 품어뒀다고 한다. 그동안 다른 배우들이 공연할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보면서 작품을 꿈꿨다.
마침내 오만석이 30대 중반이던 10년 전쯤 기회가 왔지만 고사했다. 당시에는 “깜냥이 안 되는 것 같아서 40대가 돼서 해보고 싶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오만석은 “여러 경험을 해보고 철학이 생긴 다음에 삶의 무게감을 전하길 바랐다”며 “이번에는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작품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오만석은 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작품이 주는 중압감에 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오만석은 인터뷰 당일에도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오전 6시30분이 돼서 잠들었다”며 컨디션을 걱정했다.
이 작품은 오만석에게 그냥 스쳐가는 여러 작품 중 하나가 아닌 것이다.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맞는 그가 이렇게까지 작품을 사랑하고 신경 쓰는 이유는 뭘까. 연극과 뮤지컬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면서 활동하는 베테랑인데 말이다.
“기량을 뽐내는 차원이 아니라 삶을 논하면서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요. 배우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있지만 배우 본인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낼 수도 있죠. 좋은 작품으로 스스로 변화하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아요.”
관객들은 작품을 이상주의자인 돈키호테의 입장에서 보기도 하지만 현실주의자인 카라스코의 입장에서 보기도 한다. 오만석은 어느 쪽도 틀리지 않다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정답은 없어요.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맞게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게 당연해요. 작품이 성장하듯이 사람도 성장하는 것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최대한 솔직하게 느끼고, 세월이 지나서 다시 보고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6월 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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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오만석 “미친 돈키호테?… 꿈 포기하는 게 미친 짓”
입력 2018-04-27 05:01 수정 2018-04-27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