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KBS보도국장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서 보도 개입·사퇴 압박”

입력 2018-04-25 21:54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KBS보도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이 25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보도 개입 및 사퇴 압박에 대해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 심리로 열린 이정현 전 홍보수석(현 무소속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 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은 “이 전 수석의 보도 중단 요청은 명백한 편성권 침해였다”고 주장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전 수석은 김 전 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해양경찰청 비판 기사를 뉴스에서 빼달라고 압력을 가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국장님 이거 한 번만 살려주쇼. 다른 것으로 대체해주던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 한 번만 더 녹음해주쇼”라는 이 전 수석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검찰이 “이러한 요구는 방송 편성에 간섭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떠냐”고 묻자 김 전 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국장은 “현행법은 청와대 권력이 KBS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라며 “홍보수석이 전화하면 당연히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됐다고도 덧붙였다. 또 박준우 당시 정무수석이 세월호 유족으로부터 항의를 받자 길환영 전 KBS 사장을 통해 자신의 사표 제출을 요구한 정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검찰이 “2014년 5월 길 전 사장이 ‘청와대 요구’라며 사표를 제출하라고 했느냐”고 묻자 김 전 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밖에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문 사건 보도를 줄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성과 보도를 앞세워 보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증언도 내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