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팔라진 인구절벽… 2월 출생아·혼인건수 역대 최저

입력 2018-04-26 05:05 수정 2018-04-26 17:47

2만7500명 출생… 9.8% ↓ 사망 늘어 인구증가도 최저
혼인 11% 넘게 줄어 향후 인구전망도 먹구름 “2060년 GDP 3.3% 감소”
굼뜬 정부, 대책 차일피일


‘인구 절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2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사망자는 부쩍 늘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 인구증가폭은 30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구 전망도 어둡다.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줄면서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추세대로면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는 2060년에 국내총생산(GDP)이 3.3%나 줄어든다는 암울한 관측까지 나온다.

통계청은 2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 2월보다 3000명(9.8%) 감소한 2만75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월별 출생아 수는 1월에 3만명 수준을 회복했다가 한 달 만에 2만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월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기도 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2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사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월 사망자 수는 지난해 2월보다 2100명(9.2%) 늘어난 2만5000명이다. 2월 기준으로 보면 최근 6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사망자 증가는 출생아 감소와 맞물리면서 자연 인구증가폭을 떨어뜨렸다. 2월 기준으로 자연 인구증가는 2500명에 그쳤다. 역시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최저치다.

출생아는 급격히 줄고, 사망자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인구 구조와 연결된다. 전체 인구를 연령대로 나눠서 보면 출산율이 높은 30∼34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0∼34세 여성 인구는 165만9546명에 불과하다. 2015년과 비교해 10만명가량 줄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만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3.8%에 이르렀다.

앞으로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2월 혼인 건수는 1만9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00건(11.6%) 감소했다. 혼인 건수도 2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 기록이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면 출생아 수 감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구 절벽’은 경제에 초대형 악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1명 수준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유지될 경우 2060년이면 한국의 GDP가 기준 시나리오 대비 3.3%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한국의 명목GDP가 올해 1조5380억 달러인 걸 감안하면 1조4800억 달러 수준으로 주저앉는 것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알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로 예정됐던 저출산 대책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