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학생 치맥회담 열자” “DMZ에 이산가족촌 만들자” ‘한반도 평화’에 기대 분출
지난 2차례 회담과 달리 시민 정책 제안에 적극 참여
“대학생 치맥회담을 열고 교환학생을 보내자.” “비무장지대에 이산가족 마을을 만들자.”
판문점에서 열리는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분출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5일 남북 학문단 구성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미국의 대학에서 북한학을 공부한다고 밝힌 청원인은 “대한민국 국적자는 북한 출입이 자유로운 외국인 연구자들에 비해 많은 한계에 부닥친다”며 “최근 남과 북이 예술단을 꾸려 서로 소통했듯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학문단을 구성해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청원인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남북한 연구자들이 교차 방문해 세미나를 여는 것은 물론 대학과 도서관에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교류가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남북한이 서로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정상회담 후의 민간 교류가 더 깊이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한의 이산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평화마을을 비무장지대에 만들자는 청원도 올라왔다. “4000여명이 남아있다는 이산가족들이 짧은 만남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함께 살아갈 수 없을까”라며 “분단의 경계선이 만든 생태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남북한이 하나되는 평화의 작은 씨앗 마을을 세우는 방안도 앞으로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통일부 주관으로 지난 17일 열린 ‘한반도의 봄, 청년들이 정상에게 바란다’ 행사에 참가했던 김모(24)씨는 “당장 통일이 된다면 70년 넘게 떨어져 생활해온 남북한 시민들이 서로 융화될 수 있을지 누구나 걱정할 것”이라며 “통일에 앞서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가치관을 살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교환학생 제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남북한 청년들이 금강산과 백두산 정상에서 만나 남쪽의 치킨, 북쪽의 맥주를 나눠 마시는 치맥회담을 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며 기대감을 표출하는 현상은 앞선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평화협력원 황재옥 부원장은 “1차 정상회담은 북·미 제네바 합의로 1차 북핵 위기가 해결된 상황에서 열렸고 2차 정상회담은 6자회담에서 북핵 협상이 진전되고 있던 때 진행됐다”며 “이번 회담을 앞두고도 남북관계의 극적인 전환과 평화 교류를 바라는 기대감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이 보인 행동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고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높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촛불집회를 통해 부패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국민의 자기효능감이 많이 높아졌다”며 “이번 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남북 교류 정례화 같은 평화 정착을 위한 작업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력이 앞선 제안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의 당위성에 전 세대가 공감해야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고 판단되고 요청이 실제로 활발해진다면 정부는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남북 치맥회담” “DMZ 이산가족촌”… 평화에 ‘참여하는’ 시민들
입력 2018-04-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