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4>] 4만명에 1명꼴 희소질환 “기도 힘으로 버텨요”

입력 2018-04-26 00:01
이지현씨가 지난 23일 아들 김성후군(종합장애2급)을 품에 안은 채 기도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김성후군이 생후 6개월 당시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또래보다 한 뼘은 작아 보이는 아이는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휘청거렸다. 핏기 없이 무표정한 얼굴은 가슴에 그려진 ‘뽀로로’ 캐릭터의 환한 미소와 대비돼 더 슬퍼보였다. 엄마 이지현(28)씨가 힘겨워 보이는 아이를 안아 주며 토닥이자 이내 곤히 잠이 들었다.

지난 23일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김성후(4·종합장애2급)군은 생후 6개월 되던 날 새벽, 온몸에 발작을 일으키며 구급차에 실려 갔다. 호흡을 멈춘 채 발작을 일으키다 힘겹게 숨 내뱉기를 1시간째. 결국 산소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가족과 며칠을 생이별해야 했다. 간신히 안정을 되찾고 약 처방만 받은 뒤 집으로 돌아왔지만 병원에서 받은 약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조금만 열이 올라도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생사를 오갔다.

“처음엔 예방접종의 부작용 때문인 줄 알았어요. 독감을 앓았을 땐 1시간30분 동안 의식도 없이 발작이 계속됐는데 그땐 정말 다시는 성후를 못 보는 줄 알았죠. 조금만 더 일찍 검사를 받았다면 성후가 덜 아팠을 텐데….”

성후는 18개월이 지나서야 유아기성 간질인 ‘드라베증후군’(영아기 중증 근간대성 간질) 판정을 받았다. 4만명에 1명꼴로 발병하는 희소질환이다.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희소의약품을 복용해야만 단시간에 발작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이씨는 “상태가 안 좋을 땐 1주일에도 몇 차례씩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며 “전신 발작을 일으키는 동안 파괴된 뇌세포는 회복이 안 된다는 얘길 들었을 때 왜 진작 ‘드라베 검사’를 해주지 못했나 싶어 성후에게 미안하고 병원 측이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했다.

회복되지 않은 뇌세포 탓인지 성후의 인지·발달 능력은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지난해엔 지적장애(3급) 뇌전증장애(3급) 판정을 받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로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엄마가 두 다리가 돼 주지 않으면 몸을 옮기기 버겁다. 엄마는 가정형편상 성후에게 더 많은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기만 하다.

매월 드라베증후군 치료를 위한 케톤식이요법, 재활치료비, 약값 등으로 나가는 돈만 약 60만원. 그동안 성후의 의료비와 생계비로 대출받은 6000만원을 갚지 못해 지난해 8월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이씨는 “희소난치성 질환임에도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부담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함께 거주하는 가족들의 열악한 건강상태도 걱정거리다. 외할머니는 2년 전 급성뇌종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삼촌은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성후네 가족을 일으키는 힘은 신앙이다. 이씨는 “매일 저녁 외할머니 아빠 엄마 삼촌 누나 형까지 일곱 식구가 모여 가정예배를 드릴 때면 성후가 가장 먼저 성경책을 들고 와 자릴 잡는다”며 “성후가 다른 드라베증후군 아이에 비해서도 언어발달이 느린 편인데 최근에 기도하다 ‘아멘’이라고 따라 말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잠든 아들을 품에 안은 채 나지막이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성후가 담대하게 일어서 ‘거룩한 후대’를 이끌게 해 주세요. 언약이 시후 성후가 주의 종으로서 헌신하는 믿음의 삼남매가 되게 인도해 주세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3회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3월 21일∼2018년 4월 24일/ 단위: 원)

△민소현 25만 △조동환 박성규 박혁식 김병윤(하람산업) 백선아 박순희 홍성매 장경환 정민호 10만 △김전곤 연용제 황선연 5만 △함경애 유동현 이정하 설귀윤 전종환 김영옥 이향숙 김덕수 3만 △김정숙 2만 △윤기풍 김진일 정구용 1만 △권수지 권종선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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