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참정권 쟁취 100주년 맞아 운동 이끌었던 ‘포셋’ 모습 제작
메이 총리 “위대한 투쟁…” 연설
영국 의회광장에 처음으로 여성 동상이 들어섰다. 주인공은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끌었던 밀리센트 포셋(1847∼1929)이다.
가디언, BBC방송 등 현지 언론은 영국의 여성 참정권 쟁취 100주년을 맞아 24일(현지시간) 런던 의사당 의회광장에서 열린 포셋 동상 제막식을 앞다퉈 전했다. 2.54m 크기로 만들어진 동상은 영국 여성 조각가 질리언 웨어링이 제작했다. 동상에는 ‘용기가 모든 곳의 용기를 불러온다’는 포셋의 대표적인 어록이 새겨졌다.
포셋 동상은 1867년 영국 정치가 조지 캐닝의 동상이 의회광장으로 옮겨진 뒤 1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세워진 여성 동상이다. 캐닝을 시작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까지 영국을 비롯해 세계 역사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 11명의 동상이 세워졌지만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그동안 여성계를 중심으로 여성 동상을 세우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런던시는 지난해 4월 포셋의 동상을 의회광장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막식에 참석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포셋의 위대한 투쟁이 없었다면 나도 총리로서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녀는 민주주의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동상 제작은 아주 쉬운 결정이었다”면서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여러 분야에서 대표로 나서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포셋만이 아니라 여성 참정권 운동의 또 다른 축이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1858∼1928)와 실비아 팽크허스트(1882∼1960) 모녀의 조각상도 여성단체들의 의뢰로 만들어져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온건파였던 포셋과 달리 팽크허스트 모녀는 급진적이고 투쟁적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조각상이 이미 1930년 의회 근처 빅토리아 공원에 세워졌지만 올해 여성 조각가 헤이젤 리브스가 만드는 다른 조각상이 팽크허스트의 고향인 맨체스터에 세워질 예정이다. 또 어머니보다 더 진보적이고 반파시즘 운동을 전개했던 실비아 팽크허스트의 조각상은 올해 말 런던 이슬링톤에서 제막식이 예정돼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英 의회 광장에 첫 여성 동상 섰다
입력 2018-04-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