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회담 통해 비핵화 방식 한목소리 내야

입력 2018-04-26 05:05
한·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중순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25일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다. 지난달 말 북·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남북 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 순으로 역사적인 만남이 전개되고 있다.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운명과 핵 문제 해결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공조를 위해 바람직한 수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이다. 두 사람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전화 통화도 하겠지만 긴밀한 공조와 이해를 위해 직접 대면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공조뿐만 아니라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분리되거나 상충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재앙이다. 반드시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력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 어떻게 한·미 간에 공조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김 위원장은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매우 단순하다. 핵무기를 없애는 게 비핵화”라면서 “과거 행정부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핵 동결이나 핵 확산 방지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핵 폐기를 하겠다는 것이고,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간을 벌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단시간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만나 1시간 동안 한·미 공조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을 지난 13일 만났는데 열흘 만에 또 다시 만난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에 비핵화 방식과 관련한 입장을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앞세워 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칫 의욕이 앞선 나머지 한·미 공조를 균열시키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라고 문 대통령은 강조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안내와 중재를 잘 하는 것이 길잡이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