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중국에 강경한 입장 駐호주 美대사 내정됐다 긴급 교체
주한대사 장기 공석 사태 우려 폼페이오 국무 내정자가 인선 주도
해리스 부친 한국전쟁 참전 용사
19개월째 美대사 공백 상태 호주 정부·정치권 당혹
ABC방송 “2등 동맹 취급 인상 줄 것”
해리 해리스(62·사진)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16개월째 공석 중인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 백악관은 지난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내정한 해리스를 주한 미국대사로 재내정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24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해리스에 대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전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으로 이를 취소했다.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을 마치고 미 의회 인준 절차를 앞두고 있는 현역 4성 장군을 한국으로 파견하는 전격적인 교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주한 미국대사의 장기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다는 시급성이 반영된 것이다.
주호주 미국대사 내정자를 주한 미국대사로 바꾸기로 한 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의 생각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폼페이오 역시 상원의 인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등 국무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 미국대사의 장기 공석을 방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폼페이오가 이런 여론을 파악한 뒤 주호주 미국대사 내정자를 주한 미국대사로 교체 파견하는 방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의 부친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이며 모친은 일본계다. 해리스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2015년 주한미군사령부를 관할하는 태평양사령관에 취임했다.
그는 과거 의회 청문회에서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동기는 한반도 적화통일”이라고 말하는 등 대북 강경파로 분류된다. 다만 “김정은의 무릎을 꿇리는 것보다 그의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외교적 협상을 통해 푸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편 해리스가 주한 미국대사로 교체되는 것에 대해 호주 정부와 정치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5일 전했다. ABC방송은 주호주 미국대사직이 19개월째 공백 상태인 상황에서 해리스의 교체는 호주에 “미국의 2등 동맹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번 대사 교체에 대해 “호주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호주 정부에 대사 내정자 교체를 통보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25일 기자들에게 “미국에 한반도 관련 중대한 도전 과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미국이 적절한 대사를 다시 임명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해리스 주한美대사 내정자, 북핵·중국에 ‘강경한 입장’
입력 2018-04-25 19:16 수정 2018-04-25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