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주의 시대의 유일한 진리는 ‘상대주의’다. 그 무엇도 절대적으로 옳은 명제가 될 수 없으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는 주장만큼은 진리로 인정받는다. 진리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상아탑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은 존재하는가’ ‘정의는 무엇인가’처럼 진리를 탐구하는 질문은 강단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세속화 물결에 점령당한 대학에서 여전히 기독교 진리를 선포하는 ‘베리타스 포럼(Veritas Forum)’이 고려대 과학도서관·법학관 신관에서 다음 달 23∼24일 한국 최초로 열린다. 저서 ‘소명’으로 유명한 오스 기니스 박사가 ‘탈진리 시대의 진리’에 대해 첫날 강연하고,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와 우종학 서울대 교수가 ‘존재하는 것들: 과학자와 철학자의 기독교적 사유’로 다음 날 발표를 이어간다.
베리타스 포럼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1992년 처음 시작된 기독 지성운동으로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30여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의 기독교, 과학과 영성, 무신론, 대중문화와 기독교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존 스토트, 톰 라이트, 오스 기니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팀 켈러 등 세계적인 기독교 명사를 초청해 대학생들에게 강연해 왔다.
베리타스 포럼을 처음 시작한 인물은 1992년 당시 하버드대 교목이었던 켈리 먼로 컬버그다. 그는 기독교 진리 위에 세워진 하버드가 세속화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당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기독교 변증가 라비 재커라이어스 박사를 초청해 이틀간 ‘무신론은 죽었는가’ ‘하나님은 살아 계신가’라는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다.
재커라이어스 박사는 예수님의 복음이 참된 빛이며 진리라고 강조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신앙과 과학이 서로 부합하는가’ ‘진리가 진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같은 근원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포럼이 진행되면서 질문은 점차 깊어졌고 ‘그렇다면 나는 진리 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체적 각성으로 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 베리타스 포럼에 대한 논의는 조영헌 고려대 교수와 아시아 디렉터인 다니엘 조 목사가 지난해 6월 만나며 시작됐다. 조 교수는 25일 “기독 대학생·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이 진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자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비기독교인과 기독교인 사이의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세속화된 대학서 기독교 진리 선포 ‘베리타스 포럼’ 온다
입력 2018-04-26 00:01 수정 2018-04-26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