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시행에도 늘어난 가계부채… ‘DSR 무용론’까지

입력 2018-04-26 05:05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대출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었는데도 가계부채가 더 늘었다. ‘DSR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25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537조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DSR 시행일(3월 26일)의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23일 가계대출 잔액(532조3346억원)보다 4조6856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갚을 수 있는 원리금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 등을 모두 빚에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추가로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던 가계부채는 올 들어 누그러들었다. 지난해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대출 옥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매월 3조∼4조원 늘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엔 매월 1조원 정도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가계대출 증가폭이 커졌다. DSR 도입을 앞두고 미리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몰려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23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2조9524억원 늘었다. DSR 시행 이후에는 한 달 만에 4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DSR 규제가 있으나 마나 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의 경우 DSR을 150%, 담보대출은 200%까지 한도로 잡아 주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통과한 대출 신청자에게 ‘200%’라는 DSR 기준은 ‘식은 죽 먹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 도입으로 한도가 줄어 대출이 거절된 고객은 많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