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 포로∼예루살렘 멸망까지… 유대교 600년 역사와 사상을 추적하면서 기독교의 기원 탐구

입력 2018-04-26 00:01

구약성경은 말라기 선지자의 예언 활동 이후 사실상 막을 내린다. 이후 성경 역사는 말라기의 예언대로(3:1) 세례 요한의 출현 때까지 무려 400년간 침묵기에 들어간다. 성경을 읽는 독자들은 구약과 신약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다. 학계에서는 이 침묵기를 ‘신구약 중간기’라 부른다. 중간기는 신약성경과 초기 기독교의 배경 정도로만 여겨 ‘신약 배경사’로도 명명돼 왔다.

저자인 성결대 박정수(신약학) 교수는 이 같은 학계의 결론은 적절하지 않으며 중간기는 엄연히 기독교의 기원과 뿌리라고 단언한다. 그 뿌리란 고대 유대교를 말하며 이는 페르시아 시대부터 로마제국까지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그 역사의 한복판엔 헬레니즘이 사상과 문화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바벨론 포로 이후 AD 70년 예루살렘 멸망까지 600년간의 고대 유대교 역사와 사상을 추적하면서 기독교 기원 탐구에 나선다.

바벨론 포로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귀환과 함께 다시 성전 재건과 제사에 나선다. 에스라는 모세 율법인 토라를 이스라엘 백성 삶의 표준으로 삼는다. 이후 헬레니즘 문화가 뿌려지면서 유대민족의 지혜와 묵시, 토라사상에 영향을 준다. 그러다가 BC 175년 마카비 혁명이 터지면서 친헬레니즘의 조류에 반기를 든다. 헬레니즘에 물들어가는 유대민족을 살리기 위한 열성 율법주의자들의 저항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신약시대 바리새파 유대인들이 왜 율법적 성격이 강했으며, 초기 기독교 내부의 ‘헬레니즘계 유대인’들이 이방인 선교에 열심이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는 율법에서 자유로웠던 예수와 이를 수용할 수 없었던 바리새인들의 대립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국내 유대교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