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여파… ‘포털 뉴스 제공·댓글’ 규제 목소리

입력 2018-04-24 19:11 수정 2018-04-24 21:36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앞쪽)와 김영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진상조사단장이 24일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출판사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지훈 기자
여론 왜곡 원천봉쇄에 방점… 기사 댓글 조작자는 물론 배후세력 함께 처벌 규정
아웃링크 방식도 의무화… 포털업체 대표·임원진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
네이버, 25일 댓글 대책 발표


정치권에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업체의 뉴스 제공 및 댓글 작성 방식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포털업체의 상술이 자리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4일 현재 국회엔 포털 규제 법안 20건이 제출돼 있다. 그럼에도 4월 임시국회가 공전하면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드루킹 사건 이후 국회에 제출된 포털 규제 법안은 댓글 조작에 따른 여론 왜곡을 원천 봉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언론사와 포털에 유통되는 기사의 댓글을 조작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댓글 조작자는 물론 배후세력도 함께 처벌하도록 했다. 언론사와 포털업체에는 댓글 조작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도 부과해 무거운 책임을 지웠다.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타인의 ID를 이용해 포털 사이트에 게시글을 작성하거나 기사에 댓글을 다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도 금지했다. ‘제2의 드루킹’ 사건 발생을 막겠다는 취지다.

포털업체가 언론사 기사를 유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에 대한 규제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이 23일 발의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은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하는 이른바 ‘아웃링크’를 의무화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한 의원은 “국내 포털업체가 고집하는 ‘인링크’ 기사 전송방식은 해당 포털 사이트 내에서만 기사와 댓글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에 여론이 특정 집단에 의해 순식간에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 포털업체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업체 대표 및 임원진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포털업체를 사실상 언론사로 규정하겠다는 뜻이다. 포털업체가 언론사 기사 게재·유통 과정에서 광고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은 별도 회계로 분리해 정리해야 한다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주요 인터넷 포털업체가 ‘뉴스 유통’에 따른 회계 분리를 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 기간 중 실시간 검색 순위나 기사 댓글 순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제출돼 있는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선거기간 중에는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집중적으로 반복 검색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8월과 11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과 김정숙 여사 생일을 맞아 벌였던 ‘고마워요 문재인’ ‘사랑해요 김정숙’ 실시간 검색어 띄우기 등의 ‘이벤트’도 선거기간 중에는 할 수 없게 된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업체들이 주요 언론사 기사를 자체 배열·유통하는 데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과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드루킹 사태에서도 봤듯이 포털에서의 여론 조작 문제는 어느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실상 포털이 여론 조작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된다. 이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중진 의원도 “포털업체가 기사 유통을 통해 조 단위 수익을 올리면서도 자신들은 언론이 아니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기존 언론과는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는 25일 과다한 댓글 작성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한다. 기사 건당 작성 가능한 댓글 수 또는 댓글에 대한 공감·비공감 수 한도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유성열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