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진행자가 술집 주인으로 나와 출연자들과 함께 각종 술을 마신다. 술자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예능 프로그램, 이른바 ‘음주 예능’은 한 케이블채널에서 2016년부터 방송 중이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출연자가 생수통에서 소주를 따라 마시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음주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 드라마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음주운전 하는 모습까지 나온다.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의 빈번한 음주 장면에 대해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절제회·회장 김영주)가 제동을 걸었다. 절제회는 24일 서울 용산구 후암로 절제회관에서 전국대회를 열고 방송의 음주 미화에 대한 우려 등을 담은 ‘2018년 금주금연정책 건의문’을 발표했다.
절제회는 “한국에서는 방송 매체가 술을 권한다”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대에 음주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장면과 음주 예능은 대중, 특히 청소년이 술을 마시게 하는 일등공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르웨이는 모든 주류 광고를 전면 금지했으며 미국은 경기장 내 주류 광고 및 인기 연예인이 주류 광고 모델에 나서는 것도 금하고 있다”며 “호주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에 벗어나는 음주행위 묘사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언제 어디서나 술을 마실 수 있어 술로 발생한 각종 사고 소식을 매일 접하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법이 전혀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술병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벌금이 부과되는 캐나다, 미국 등과는 비교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절제회는 이와 함께 질병관리본부와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82개 대학 50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음주행태 현황 연구결과를 근거로 대학생, 특히 여학생들의 음주 심각성을 전했다. 조사 결과 남녀 대학생의 1회 음주량과 고위험 음주율(한 번에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신 경우)은 전체 성인보다 높았다. 특히 여대생의 고위험 음주율은 17.2%로 성인 여성 전체(5.4%)보다 3배나 높았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오소연 절제회 세계교육부장은 “우리나라 대학생은 동년배나 성인 전체에 비해 음주율이 특히 높았다”며 “대학생활의 잘못된 음주 행태가 사회에 진출해서도 이어지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절제회는 정부에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모든 정부 부처는 술을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정책을 수립할 것’ ‘주류 판매의 장소 시간 양을 제한하는 주류판매면허제를 입법화할 것’ ‘방송 매체의 음주 장면을 규제하고 술 담배 마약의 해독광고를 의무화할 것’ ‘태아알코올증후군과 알코올중독 예방연구 및 치료기관 설립할 것’ 등이다.
김영주 회장은 “최근 지상파 방송에서는 술 마시기 게임을 하는 장면이 버젓이 나오는 등 갈수록 음주를 조장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음주 방송이 다음세대의 음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당 장면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술 권하는 ‘음주 방송’ 규제해야”
입력 2018-04-2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