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년만에… 대기업 순환출자 고리 282개→41개

입력 2018-04-25 05:05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82개에 달했던 6개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가 올해 41개(지난 20일 기준)로 대폭 줄었다고 24일 밝혔다. 2013년 9만7658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해소된 것이다. 총수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꼼수’로 썼던 순환출자의 역할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삼성의 경우 순환출자 해소와 별개로 금산분리(은행·보험사 등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결합 제한) 문제가 남아 있다.

2013년 순환출자 고리가 2555개에 이르던 삼성은 4개만 남았다. 삼성 측은 “시기와 방법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남은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는 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1%를 처분하면 3개의 고리가 끊어지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37%를 처분하면 마지막 1개도 사라진다.

그러나 금산분리가 삼성의 발목을 잡는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지난 18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시장가격 기준)까지만 갖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20조원대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만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법 개정 전에 스스로 해결 방안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은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그대로 시장에 내놓으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에 균열이 생기면 그룹 전체 지배구조도 흔들리게 된다. 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이다.

재계에선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할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에서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이 너무 많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주사법 개정안대로라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자동 전환된다. 이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3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만 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그럴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해소했다. 복잡한 지분구조로 유명했던 롯데그룹은 67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지난해 모두 없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남아 있는 4개의 고리를 끊을 방침이다.
세종=정현수 기자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