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지났다고들 하는데 전 사실 실감하지 못했어요. 시간이 저에게만 빨리 지나갔나 봅니다(웃음). 오랜만에 젊은 사람들과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작업하면서 가능한 한 제 나이를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 ‘버닝’으로 8년 만에 복귀한 이창동(64) 감독은 늘 그렇듯 담담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개봉 전엔 항상 기대와 긴장을 함께하게 된다. 특히 ‘버닝’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여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음 달 17일 개봉하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작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미스터리한 영화”라고만 소개했다. 이 감독은 “단순히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는 카테고리 안에 머물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는 영화”라고 부연했다.
‘버닝’은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 감독으로선 ‘밀양’(2007) ‘시’(2010)에 이은 세 번째 쾌거다. 그는 “칸영화제는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면서 “세 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 나 또한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테랑’ ‘사도’(이상 2015)를 연달아 흥행시킨 배우 유아인(32)의 복귀작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이 감독과의 작업을 열망해 왔다는 유아인은 “촬영 전 ‘미지의 세계로 가보자’던 감독님의 말씀이 실현된 것 같다. 배우로서 큰 보람과 성취감을 얻은 작품이었다”고 만족해했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로 유명한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한국명 연상엽·35)도 이 감독에 대한 신뢰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다는 게 영광스럽다. 4개월간의 한국 촬영도 즐거웠다. 기가 막히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이 발탁한 전종서(24)는 작품 경험이 전무한 신예. 이날 처음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난다”며 떨려했다. 이 감독은 “전종서를 본 순간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연륜과 실력을 갖춘 배우들도 어려워할 만한 장면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영화에서 확인해주시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버닝’ 돌아온 이창동… 청춘, 미지의 세계로(ft.유아인)
입력 2018-04-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