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언론인에 이어 전·현직 국회의원과 장관·부총리 등 관료들에게도 각종 선물과 채용 청탁 등을 주고받으며 유착해 온 정황이 공개됐다.
인터넷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른바 ‘장충기 문자’에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5년 10월 장 사장에게 삼성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한 송모씨의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윤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장 사장이 2015년 10월 16일 받은 문자엔 송씨의 인적 사항과 채용 진행 상황 등이 적혀 있다. ‘윤상현 의원 부탁(10.13일 연락)’이라는 내용도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우제창 전 의원도 장충기 문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장 사장에게 광고 요청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다시 한번 살펴 달라’ ‘염치없지만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다. 그는 친구 회사 광고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제 광고는 집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전 장관은 장 사장을 ‘장 대감’이라고 부르며 새해 선물에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여러 건의 골프 약속 문자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이명박(MB)정부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친 박재완 전 수석은 장 사장을 ‘형님’이라 부르며 수시로 골프 예약을 부탁했다. 퇴임 후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이 장 사장 도움으로 미주개발은행 주관 사업 운영자로 선정됐다며 감사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노무현정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고 MB정부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윤증현 전 장관은 장 사장에게 오페라 티켓과 골프장 이용권, 최신형 휴대전화 등을 선물로 받은 뒤 감사 문자를 보냈다. 그는 기재부 장관 재임 시절 삼성 최대 현안이었던 삼성생명 상장을 도와주는 결정으로 ‘삼성 도우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삼성, 국회의원·장관과도 인사청탁·선물 주고받아
입력 2018-04-23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