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이시돌 목장 일군 맥그린치 신부 별세

입력 2018-04-23 23:36
사진=뉴시스

‘푸른 눈의 돼지 신부’로 불린 패트릭 J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사진) 신부가 23일 오후 6시27분쯤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8년 아일랜드에서 수의사 아들로 태어난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로 제주 땅을 밟았다. 그는 당시 한국전쟁과 4·3사건을 거친 탓에 피폐해진 제주 주민들을 목격했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워한 그는 육지로 나가 암퇘지 한 마리를 사들여 도민들에게 나눠주고 현대식 목축업 교육을 전파했다. 이것이 아시아 최대 양돈목장이 된 성이시돌 목장의 시작이었다.

60여년 동안 제주를 위해 헌신한 그는 병원과 요양원, 유치원 등 복지시설을 세웠고 2002년에는 저소득층 사람들도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무료 간병 시설인 호스피스 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일랜드 대통령상과 막사이사이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했다.

지난 9일 심근경색과 심부전증으로 제주한라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던 맥그린치 신부는 투병 끝에 제주에서 눈을 감았다. 빈소는 제주시 한림성당에 마련됐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