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성례전의 죽음으로 위협받고 있는 교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문제는 교회의 운명과 직결된다.”
영국 글래스고대 신학부 교수이자 신학자였던 윌리엄 바클레이(1907∼1978) 목사가 저서 ‘성만찬’을 통해 한 말이다. 예배 의식의 필수 요소인 성찬이 현대 교회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 역시 ‘기독교강요’에서 말씀과 성례(성찬과 세례)를 교회의 두 가지 표지라고 밝혔으나 오늘날 매주 성찬을 시행하거나 설교만큼의 비중을 두고 진행하는 교회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 인력과 관심의 부족으로 자칫 성찬식에 소홀할 수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 모임 ‘새물결’(상임대표 권종호 목사)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예배’를 주제로 성만찬과 교회력 성서일과의 중요성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교인 수가 수십명 정도인 작은 교회 목회자 20여명이 참석했다.
한석문(부산 해운대교회) 목사는 “머리와 귀로 들은 설교는 주님의 살과 피를 내 안에 모시는 성찬의 경험을 통해 영적 리얼리즘이 된다”고 강조했다. 설교만큼이나 성찬이 신앙 경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어촌에 있거나 개척한 지 얼마 안 돼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 성찬식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다. 예배 예식을 도울 사람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다. 성찬식을 자주 시행하지 못해 동기 부여가 안 되면 성찬의 정신을 잘 곱씹으며 예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한 목사는 작은 교회가 오히려 성찬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교회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교인들이 함께 성찬용 포도주를 담그고 빵을 만들면서 성찬의 의미를 깊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교인들이 예수님의 피와 살을 직접 만들면서 공동체적 영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설교 중심 예배에 익숙해져 있어 성찬 예식을 낯설어하거나 지루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교인들과 성찬식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성찬을 함께 연습하며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성찬식을 비중 있게 실시하고 있는 성공회나 루터교로부터 성찬 배경음악을 가져와 성도들의 지루함을 상쇄하는 방법도 좋은 시도라고 한 목사는 전했다.
성찬의 직접적인 기원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제자들과 유월절을 기념했던 최후의 만찬에 있다. 초대교회에서 성찬은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는 동시에 부활을 기념하는 예배였다. 이들은 예배 때 최후의 만찬을 원형 그대로 계승해 재현하고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다만 종교개혁 이후 설교가 강조되면서 성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교회 절기가 담긴 달력인 ‘교회력’과 이에 따른 성경본문인 ‘성서일과’를 통한 설교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시간 순으로 분할해 의미를 성찰하면서 복음을 따라 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한 목사는 “교회 규모가 작더라도 목회자들은 꾸준히 시기별 성서일과를 묵상하고 설교를 준비하면 교회 절기와 성경, 복음을 꿰뚫는 통합적 메시지를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뜨거웠던 성찬, 작은 교회에서 회복하려면…
입력 2018-04-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