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에 이어 충북 증평군의회가 인권조례를 폐지했다. 부산과 대전, 충남 15개 시·군에서도 조례 폐지운동을 준비하고 있어 ‘나쁜’ 인권조례 폐지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증평군의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개최하고 ‘증평군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폐지했다. 지난해 11월 제정된 증평군 조례는 폐지된 ‘충남도민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와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하고 있다.
조례 2조 1항이 정의하는 인권은 ‘대한민국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로 돼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자동으로 따르게 해 동성애(성적지향)나 동성결혼, 낙태, 이슬람(종교차별 금지), 이단 종파 신도의 병역기피 등을 옹호·조장하고 비판을 차단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명진 증평인권대책위원장은 23일 “증평군 인권조례가 국제인권조약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기준에 맞추려면 낙태와 병역 거부를 허용하고 국가보안법까지 폐지해야 한다”면서 “인권조례가 실정법에 위반되고 불법을 조장하기 때문에 폐지운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성적지향과 종교를 차별금지 사유에 넣어, 동성애나 이단을 비판했다가는 역차별까지 당할 수 있다”면서 “‘나쁜’ 인권조례의 실체를 알리는 세미나에 군수와 군의원 등이 참석해 문제점을 인지하고 동참하면서 인권조례 폐지운동이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권조례 폐지운동이 확산되자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6일 유엔 성소수자보고관에게 조사를 요청했다. 빅터 마드리갈 볼로즈 유엔 성소수자보고관은 최근 공개서한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한 것으로 해석되는 인권조례를 폐지한 것을 우려한다”면서 “이러한 시도는 동성애자에 대한 증오를 강화하고 동성애자를 폭력·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인권체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인권 집단의 압력으로 법적·제도적 인권 토대를 해체한다면 중대한 우려를 낳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가인권위와 유엔의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쁜’ 인권조례 폐지운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 고유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인권 업무는 원래 국가사무로 지자체의 사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법률의 위임 없이 101개 지자체에서 제정된 인권조례는 모두 위법”이라면서 “인권조례를 만들려는 진짜 목적은 지역 시민운동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편향적인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기 위한 인권교육에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도 “충남 15개 시·군과 부산 남구, 대전 동구가 ‘나쁜’ 인권조례 폐지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충남도 이어 충북 증평군의회도 ‘동성애 옹호’ 인권조례 폐지했다
입력 2018-04-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