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통산 31승 거둔 듀브론트 불안한 제구로 5경기 등판해 4패
경력 미미한 왕웨이중·후랭코프 잇단 호투로 반전 넘치는 활약
전문가 “경력보다 적응이 중요”
미국프로야구(MLB)의 화려한 경력과 이름값이 더 이상 국내프로야구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MLB 특정 시기의 호성적만 믿고 KBO리그에 무턱대고 나섰다가 망신을 사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MLB에서 특별한 경력이 없음에도 국내리그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맹활약을 하는 선수도 적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한 펠릭스 듀브론트. 메이저리그 통산 118경기 중 85경기에 선발로 출격, 31승 26패 평균자책점 4.89의 기록을 쌓았다. 2012∼2013년 2년 연속 11승을 거두며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 선발진의 한축을 맡기도 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국내리그 외인 투수 중 역대급 소리를 들을 만 했다.
총액 100만 달러에 롯데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듀브론트 앞날에는 꽃길만 가득할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는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다. 23일 현재 시즌 5경기에 선발로 나서 무승 4패 평균자책점은 8.37이나 된다. 특히 23⅔이닝 동안 20개에 달하는 볼넷을 내준 제구는 낙제점이다. 상당수 롯데 팬은 벌써부터 듀브론트 교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명성에 혹했다가 실망한 대표적 외국인 투수는 고(故) 호세 리마(당시 KIA 타이거즈)다. 메이저리그 통산 348경기 89승 102패에다 1999년에는 21승 10패 평균자책점 3.58의 사이영상급 투구를 펼친 리마는 시쳇말로 한국리그를 씹어먹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2008년 KIA에서 뛴 리마는 3승 6패 평균자책점 4.89의 성적을 남긴 채 중도 퇴출됐다.
지난해 7월 LG 트윈스가 대체 용병으로 영입했던 타자 제임스 로니 역시 팬들에게 기대와 실망을 안긴 대표적 선수다. 빅리그 11년간 타율 0.284 108홈런을 기록한 A급 타자인 그는 그러나 지난 시즌 국내 23경기에서 타율 0.278 3홈런에 그쳤다. 더욱이 코칭스태프로부터 2군행 지시를 받자 허락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기행을 연출해 팬과 구단을 분개하게 했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MLB 출신이 한국리그에 실패하는 것은 경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적응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낯선 리그에서 빨리 적응해 성공하겠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스 후랭코프(두산 베어스)와 ‘대만 특급’ 왕웨이중(NC 다이노스)은 일천한 MLB 경력에도 KBO리그에서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대표적 사례다.
후랭코프는 올 시즌 5경기에 출전,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의 쾌투를 선보이며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후랭코프는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이 1경기 1패 평균자책점 9.00에 불과할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한국타자들의 성향 등을 철저히 분석한 뒤 제구력을 동반한 피칭을 선보이며 상대 타선을 제압, 코리안드림을 펼쳐 보이고 있다.
왕웨이중은 NC 선발진의 버팀목이다. 6경기에 선발로 나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58을 나타낸 왕웨이중은 5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보여줬다. 팀원들의 도움만 있었다면 훨씬 많은 승수를 쌓았을 터였다. 왕웨이중은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평균자책점 11.09를 기록한 이른바 동네북이었다.
차 위원은 “듀브론트 등은 KBO리그엔 통할 것 같은 경력을 가졌지만 이미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 왔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소심한 성격의 외국인 투수들은 성적 부진이 길어지면 더더욱 팀에 적응하기 힘들다”며 “KBO리그에 오는 용병 대부분 실력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얼마만큼 빨리 적응하느냐는 구단의 관심과 개인의 성격이 관건”이라고 못박았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MLB 이름값, KBO선 안통해!
입력 2018-04-2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