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상> 뒤숭숭한 금융투자업계 실적은 ‘이상무’
<하> 증권사 ‘우량 고객 모시기’ 승부수
착오매매 방지 ‘원스톱 버튼’ 업무 체크리스트 점검 등 내부통제 강화로 사고 대비
1분기 실적 증가 예상되나 증시 호황 이어질지 미지수
업계 자산관리·해외시장 등 새 시장 창출 적극 팔 걷어
증권업계는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실적 축포를 쐈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늘었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활기를 띠며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증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우려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지난 2∼3월 증시는 지지부진했다. 증시 호황에만 기대기 어려운 올해야말로 증권사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시기다.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국 증시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아직 변수가 많다. 특히 예기치 못했던 삼성증권 주식배당 사고는 주식매매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어느 때보다 급선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속속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점검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NH투자증권은 발 빠르게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주식배당의 총액과 총수량을 한국예탁결제원의 정보와 비교해 오류가 생길 경우 담당자에게 문자메시지(SMS)가 발송된다. 전산사고로 인한 임직원들의 착오 매매를 막기 위한 ‘원스톱 버튼’ 시스템도 다음 달 구동된다.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부서가 전 임직원의 매매 계좌를 즉시 정지할 수 있게 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1월부터 이미 ‘리걸 마인드(Legal mind) 향상’ 교육을 진행해 왔다. 다음 달부터 매달 1회 ‘컴플라이언스 데이’를 열고 부서 및 영업점 직원 모두 각자 본인이 맡은 업무와 관련한 체크리스트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컴플라이언스, IT(정보기술), 소비자보호 부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업무·시스템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사태 이후 즉시 부서장 회의를 소집해 결제·지급 프로세스를 점검했다. 미래에셋대우도 배당 관련 절차 등 부서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실적 랠리를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올 1분기 국내 주식시장의 평균 거래대금은 1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 거래대금 11조8000억원을 경신했다.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의 증시 호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식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증권사들의 자산관리(WM), 해외시장 등 새 시장 창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KB증권은 KB국민은행과 KB증권의 시너지 체계를 더욱 공고화한다. WM 부문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 출시하고,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기업 맞춤형 금융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 1월 출범한 베트남 자회사를 바탕으로 신규 수익원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도 IB, 해외 트레이딩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브라질 상파울루에 진출해 있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초대형 IB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대형 IB 선두자리를 지키는 데 집중한다. 연말까지 총 4조원의 발행어음을 공급해 고객들에게는 자산증식 수단을 제공하고, 기업에는 자금을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WM 서비스 강화도 증권사들의 목표다. NH투자증권은 자본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기치로 고객 중심의 WM 서비스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올 1분기에도 개인고객, WM사업 부문에서 큰 폭의 실적 향상을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46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업계 ‘톱3’ 진입을 목표로 신한금융그룹 2500만 고객들에게 우수한 상품을 공급하고 디지털 부문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증시 침체기에 꾸준히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IB 사업을 키워왔다. 대신증권은 무엇보다 고객 자산관리의 철학을 중요시한다. 대신증권 자산관리의 철학은 ‘금융의 도덕적 선(善)과 충(忠)을 지키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산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데 헌신하는 것’이다. 올해 WM의 목표는 ‘지불쓰남’이다. 고객들이 자산을 ‘지키고, 불리고, 쓰고, 남겨주게 하자’는 의미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위기 넘어 제2의 도약으로] 배당사고에 ‘화들짝’… 시스템 점검·신뢰회복 ‘올인’
입력 2018-04-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