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23일 전 더불어민주당원 김동원(필명 드루킹)씨가 주도한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특검 수용을 공전 중인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거부하면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경찰이 수사하고 미진하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3당이 이번 사건을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대선 불복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고까지 독설을 퍼부었다. 사태 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적반하장과 오만이 도를 넘었다.
댓글조작은 민주주의 기반인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범죄행위다. 조작의 주체가 민간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드루킹은 유령 출판사를 차려놓고 지난 대선 이전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 조직적으로 댓글조작 활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 고위직 인사 청탁이 오갔고 드루킹 측이 김 의원 보좌관에게 현금 5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과 드루킹이 댓글 활동을 매개로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경찰의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사건이 접수된 지 2개월이 돼서야 드루킹을 긴급체포했고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주변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챙기지 않았다. 댓글조작에 동원된 휴대전화를 다량 압수하고도 내용을 파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수사 책임자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사건이 불거지자 드루킹이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냈고 김 의원은 의례적인 인사만 몇 차례 한 정도라며 김 의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검찰도 경찰에 맡겨둔 채 수사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등 민감한 현안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 검·경이 대통령과 여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경찰과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야당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특검에게 맡겨 신속히 수사하는 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정치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다.
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해 사건의 실체를 가리는 데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추경예산, 개헌 문제, 민생법안 등 여야가 협력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 탓만 하지 말고 하루빨리 특검을 수용해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게 국정을 맡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사설] 민주당과 청와대, 드루킹 특검 즉각 수용하라
입력 2018-04-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