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분위기 조성… 2년 3개월 만에
북도 일부 지역 대남 방송 중단… 조만간 모든 스피커 다 끌 듯
軍, 정상회담 날엔 ‘키리졸브’ 훈련 않는 방안도 美와 논의
국방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3일 0시부터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정부가 상호 비방, 선전 활동을 중단하자는 남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북측도 이날 오후 일부 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으며 조만간 모든 대남 방송을 중단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방부는 “‘2018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남북 간 상호 비방과 선전 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남북의 확성기 방송이 동시에 중단되는 것은 2016년 1월 대북·대남 방송 재개 후 2년3개월 만이다. 남측은 당시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며, 북측도 대남 방송을 재개하며 맞대응했다.
국방부는 휴전선 인근 40여곳에서 송출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제히 중단했다. 방송은 고정식·이동식 대형 스피커를 통해 FM ‘자유의 소리’ 방송을 북측을 향해 송출하는 방식이었다. 방송 중단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의 우발충돌 방지 등 높은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20일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한 ‘화답 조치’로도 풀이된다.
국방부는 또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시점, 조건 등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방송 중단을 북측에 미리 통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방송 중단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방송 중단을 결정한 뒤 유관부처 협의를 거쳐 방송 중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 실시하기는 부담스러웠다는 해석도 있다. 군은 회담 장소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에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 중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측 지역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상황에서 대북 방송이 지속되는 것은 적절치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북한군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이후 전방 일부 지역의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은 군사분계선 인근 40여곳에서 운용 중이던 대남 확성기 방송 일부를 끈 것으로 식별됐다”며 “조만간 대남 방송을 모두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북의 방송 중단이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의 경계소초(GP), 중화기 철수 등 군사적 긴장 완화 논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은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FE)을 남북 정상회담 전날인 26일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월 4일까지 실시하는 키리졸브 연습(KR)의 경우 회담 당일인 27일엔 실제 훈련 대신 훈련 평가를 하는 ‘강평’을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대북 심리전 중단을 ‘협상 카드’로 쓰지 못하고 먼저 꺼낸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처음 시작된 이후 남북 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접촉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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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4-2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