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은행·페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입력 2018-04-24 05:05

모바일 간편결제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는 여러 ‘○○페이’와 은행이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은 ‘페이’의 입출금통장 발행을 대행하는 등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대금리라는 무기를 앞세워 직접 적금상품을 모집하는 심화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은행은 ‘페이’에 익숙한 젊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한다는 이점을 얻고, 간편결제업체는 범용성을 높일 수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끈끈한 손잡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Sh수협은행은 카카오페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내놓은 ‘잇 자유적금’이 출시 닷새 만에 6300계좌를 돌파했다고 23일 밝혔다. ‘잇’은 ‘그것(it)’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다. 청년층은 꼭 갖춰야 할 아이템을 ‘잇템’이라고 부른다. 잇 자유적금은 은행과 간편결제업체가 결합해 최초로 내놓은 적금 상품이다. 3년 만기 기준으로 금리는 업계 최고 수준인 연 4.0%다. 복잡한 금리 우대조건 없이 카카오페이 사설인증서 로그인을 통해 가입하면 누구나 우대금리 혜택을 본다.

카카오페이가 자체 플랫폼에서 수협은행 적금 가입으로 직접 연결시켜주는 방식을 썼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카카오페이를 쓰는 젊은 고객을 적극 흡수하고, 카카오페이는 사설인증서 이용을 확대해 영향력을 넓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도 각종 페이와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국내 계좌발급 수에서 부동의 1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령층 고객이 많다는 게 고민이다. 농협은행과 카카오페이가 손을 잡고 만든 ‘NH x 카카오페이 통장’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1만360명이 가입했다. 다달이 2만∼3만명의 고객을 모으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는 물론 다양한 외부 플랫폼과 제휴하고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네이버페이, LG페이와 협업 중이다. 네이버페이와는 환전 시 환율우대를 매개로 결합했다. LG페이 이용자에겐 은행의 3800여개 현금입출금기(ATM)를 개방했다.

모바일 간편결제는 스마트폰 메모리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체크·직불카드 등의 정보를 미리 저장한 뒤 온·오프라인에서 상품대금을 치를 때 간편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