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0여명 부상 병원 후송
中, 노영민 대사 일정 연기… 기지 공사에 대한 항의 관측
국방부는 23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시설 공사 자재·장비를 반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사드 반대 단체·주민들이 다시 충돌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12분 3000여명의 병력을 사드 기지 앞 유일한 통행로인 진밭교 주변에 투입해 강제 해산을 시작했다. 차량 반입을 저지하기 위해 모여 있던 반대 단체·주민 200여명은 PVC관에 서로 팔을 넣어 연결하고 몸에 그물을 덮어 버텼다. 주민 20∼30명이 끝까지 남아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저항했지만 공사 차량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강제 해산에 나선 지 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20분쯤부터 자재·장비를 실은 덤프트럭 등 차량 22대를 기지로 들여보냈다. 충돌로 주민 20여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충돌 현장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나와 양측의 안전 상황 등을 지켜봤다.
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6시40분쯤 진밭교에 병력을 기습적으로 투입했다. 경찰 수백명이 촛불문화제를 열기 위해 모여 있던 반대 단체 회원과 주민 30여명을 에워싸고 다리 주변을 봉쇄한 뒤 밤새 주민들과 대치했다.
소성리종합상황실 측은 “유혈 사태로 몰고 간 것은 결국 국방부”라며 “앞으로 있을 모든 책임은 평화협정을 앞두고 사드를 못 박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국방부에 있다”고 반발했다.
국방부는 “성주 기지에 근무하는 한·미 장병 400여명을 위한 생활 여건 개선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경찰과 협조해 필요한 인력과 자재·장비 수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가 새는 숙소 지붕 보수와 식당 조리시설 확충, 화장실 등 오폐수 처리 시설 공사를 더 미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는 3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12일 공사 장비와 자재 반입을 시도했으나 반대 단체·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반대단체 측이 미군 식당과 숙소 공사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공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한·미 군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시설 공사를 위한 통행이 보장되면 사드 기지 내부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가 랴오닝성 방문을 앞두고 중국 측으로부터 돌연 일정 연기 통보를 받아 성주 사드 기지 자재·장비 반입에 대해 중국이 ‘방문 거절’ 형식으로 항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사는 24일부터 랴오닝성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지방정부 지도자의 부득이한 외부 일정’을 들어 랴오닝성 측이 일정 연기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랴오닝성은 사드 갈등 이후 롯데그룹이 선양에서 진행하던 롯데월드 건설 공사가 18개월째 중단돼 있는 곳이다. 최근 한·중 관계 개선 조짐에 따라 공사 재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성주=최일영 기자, 김경택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사드기지 공사 강행하자… 中, 노영민 대사 일정 ‘연기’
입력 2018-04-2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