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보도하면서 영문판에 영구적 해체를 의미하는 ‘dismantle’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향후 재가동할 수 없도록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의미로, 미국이 북한에 요구해온 조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공화국 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부분을 ‘will be dismantled to’라고 번역해 보도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초기 조치를 담은 2007년 6자회담 2·13 합의의 ‘불능화(disablement)’보다 진전된 개념이라는 평가다. 불능화는 핵시설과 핵물질을 분해해 별도 보관하되 재가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것으로, 폐기 이전의 조치다.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는 ‘포기(abandon)’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북한이 폐기를 명시하는 데 거부감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비핵화와 관련해 ‘폐기(dismantlement)’ 표현을 사용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에도 같은 단어가 들어간다. CVID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전 정부와는 대북 협상 원칙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매체 영문판 “핵실험장 dismantle”… ‘영구적 해체’ 뜻
입력 2018-04-2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