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산만 하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나

입력 2018-04-24 05:00
봄철 등산객이 증가하면서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갈등이 또 불거지고 있다. 요즘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사찰들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 폐지됐다. 하지만 폐지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상당수 사찰들이 국립공원 입구나 길목에 매표소를 차려놓고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항의하거나 불쾌해하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다.

사찰 측은 사찰 등 문화재 유지·관리를 위해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사찰이나 문화재 관람을 하지 않고 산행만 하는 경우에도 관람료를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사찰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받기 위해서는 매표소를 국립공원 입구에서 사찰 입구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관리되고, 입장료가 폐지된 국립공원에서 사찰 관람도 안 하는 일반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관람료를 받는 것은 산적들이 산에서 통행세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한 국민청원도 있다. 더구나 국립공원에서 입장료를 받는 전국의 사찰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금만 받는다. 한 해 문화재 관람료가 얼마나 걷히고,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불투명하다. 올해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 취지에도 맞지 않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2013년 법원에서 불법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등산객들이 한 사찰을 상대로 관람료를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민법상 불법행위”라며 등산객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불법이 계속되고 있다. 불공정이고 적폐다.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것은 불교계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의 불만은 10년이 넘도록 무시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그때나 움직일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