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상주의에 개인기량 하락… 한국축구, 미래가 불안하다

입력 2018-04-24 05:05
2018 수원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한 베트남 선수들(흰색 유니폼)이 지난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한국과의 3차전에서 전반 36분 남 만덩의 동점골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린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연맹 제공

기본기·1대 1 개인 능력 떨어지고 볼 점유율 집착·경기운영 단조로워
감독 “8인제 축구·풋살 강화 필요”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19세 이하(U-19) 대표팀이 2018 수원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대회(수원JS컵)를 1승 1무 1패로 마쳤다.

한국은 멕시코, 모로코, 베트남과 함께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멕시코(2승 1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내용은 좋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개인 능력에서 밀렸고, 경기 운영도 단조로웠다.

한국은 지난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베트남과의 대회 3차전에서 1대 1로 비겼다. 한국 수비수들은 베트남 공격수들의 개인 돌파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고, 역습도 너무 쉽게 허용했다. 한국이 전반 36분 동점골을 내준 과정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베트남의 남 만덩은 페널티지역에서 반 토이의 헤딩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한국 골문을 열었다. 한국 수비수는 남 만덩의 개인기를 당해내지 못했다.

정 감독은 경기 후 “이제 국제대회에서 우리가 체력과 조직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며 “1대 1 능력이 중요하다. 기술, 멘털, 압박 등 개인 능력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 지상주의이기 때문에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어렵다. 앞으로 선수들이 볼 터치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8인제 축구나 풋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베트남 축구는 급성장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3일 “많은 베트남 유소년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아스날 등 해외 유명 클럽에서 기본기를 다진다. 이제 한국 선수들은 기본기와 1대 1 능력에서 동남아 국가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1대 4로 대패한 멕시코전에서도 문제점은 확연히 드러났다. 멕시코는 높은 위치에서 강한 압박으로 볼을 빼앗은 뒤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며, 후방 수비가 볼을 잡으면 지체 없이 전방 공격수에게 긴 패스를 날렸다. 멕시코는 현대축구의 트렌드가 된 압박과 속도를 그라운드에서 구현했다. 반면 한국은 볼 점유율에 집착했고, 단조로운 측면 공격에 의존했다.

유·청소년 대표팀의 전력은 자연스럽게 성인 대표팀으로 이어진다. 한국 유·청소년 축구가 성적에만 매달려 선수들의 개인 기량 개발에 소홀하고, 현대축구의 흐름을 외면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