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겨낸 골프여제, 2년반만에 세계 1위 탈환

입력 2018-04-23 19:05
박인비가 2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윌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휴젤-JTBC LA오픈 최종 라운드 13번홀에서 페어웨이 샷을 하고 있다. 최종합계 10언더파(274타)를 친 박인비는 모리야 주타누칸(태국)에 2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15년 10월 25일 이후 2년6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AP뉴시스

허리·엄지손가락 부상 떨쳐내고 올 시즌 부활… 4개 대회 연속 톱3

“올 시즌의 꿈은 아니었어요. 그저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박인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윌셔 컨트리클럽(파71·645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 최종 라운드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최종합계 10언더파(274타)를 친 그는 모리야 주타누칸(태국)에 2타 차 뒤진 2위였다. 하지만 박인비에게는 대회 우승컵보다 큰 세계랭킹 1위 복귀가 다가와 있었다. 박인비의 세계랭킹 1위 복귀는 2015년 10월 25일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박인비는 “랭킹들은 좁은 간격으로 모여 있고 매주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는 그저 골프를 할 뿐,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골프팬들은 오랜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여제’의 1위 탈환을 반겼다. 골프위크의 유명 기자인 베스 니콜스는 “비현실적으로 멋지다. 2년 전에 난 그녀가 그만둘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니콜스 기자 한 명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인비는 2016년 이후 허리와 엄지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며 예년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6시즌 LPGA투어 개막전인 바하마클래식에서 1라운드에 7오버파를 치며 대회를 포기하기도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는 엄지손가락에 문제가 있는 박인비 대신 다른 선수가 참가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마저 있었다. 박인비가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부상 후유증이 계속되며 ‘전성기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림픽 금메달과 최연소 LPGA 명예의 전당 입회의 업적마저 동기부여 저하 요인으로 언급됐다.

그런 박인비는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하반기를 거의 쉰 그였지만 최근 4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3위 내에 들며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 복귀 두 번째 대회인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여제는 여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준우승을, 롯데챔피언십에서 3위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했지만 조급함을 버린 태도가 반등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는 ANA 인스퍼레이션을 마친 뒤 “올해는 긴장을 약간 풀고 그저 골프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냥 즐긴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날은 “어떤 날은 잘 되고 어떤 날은 나빴다”며 “퍼트에 좀더 신경써야 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272타)를 기록한 주타누간은 생애 첫 우승이다. 아리아 주타누간(태국·LPGA투어 통산 7승)의 친언니인 그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LPGA에는 ‘사상 2번째 자매 우승’이라는 역사가 기록됐다. 자매 골퍼의 우승은 애니카 소렌스탐(72승)과 샬로타 소렌스탐(이상 스웨덴·1승)이 동반 우승했던 2000년 이후 18년 만이다. 조부상 뒤 검정 모자에 흰 리본을 달고 대회에 나온 고진영은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