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남훈] 수도권매립지 어떡할 건가

입력 2018-04-24 05:05 수정 2018-04-24 18:45

폐비닐로 시작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업계의 무심한 반응, 재활용만큼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부했던 시민들이 느낀 배신감, 지방자치단체들의 무관심, 환경당국의 늑장대응과 오락가락 행정까지….

사태가 어느 정도 봉합되고 있지만, 예견됐던 참사라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이미 2년 전에 환경부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유가 하락 등으로 재활용 시장 붕괴에 따른 폐기물 처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인지했고, 중국이 10여 개월 전에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의사를 밝히는 등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쓰레기 처리에 있어 개인과 지방·중앙 정부의 역할을 점검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재활용 폐비닐 사태를 보면서 오버랩 되는 곳이 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2500만 시민이 버린 생활 및 건설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으로, 서울 난지도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대체매립지로 조성됐다. 1991년 3개 시·도 조합으로 운영되다, 폐기물 처리와 영향권 주민 갈등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지자체 관리의 한계를 절감한 뒤 2000년 환경부 산하 국가 공사로 만들었다.

매립지 논란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3개 시·도 단체장이 모여 4자 협의체 합의에 서명하면서부터다. ‘2016년 매립지 종료’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자, 인천시장이 시민들의 고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성사된 자리였다. 합의안에는 매립면허권 및 토지소유권의 인천시 이양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등이 포함됐다. 최근 인천에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을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환경이라는 본질보다 정치 셈법으로 치달아 매우 걱정스럽다.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환경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미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냐, 연장이냐를 두고 2015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는데도 여전히 관망만 하는 모양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공공정책 또한 손을 써야 할 적절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수도권매립지 논란은 대체매립지의 조속한 확보를 통해서만 매듭지을 수 있다. 대책 없이 매립지 문을 닫거나 특정 이유로 폐기물 반입이 거부될 경우, 수도권 쓰레기 대란은 불가피하다. 쓰레기 처리는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지만 수도권매립지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9.5%가 거주하는 수도권이라는 특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수도권매립지는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환경기초시설인 국가 기반시설이자, 영향권 주민을 고려해야 하는 입지제한형 시설로 분류된다.

이처럼 광역매립지 조성 목적이 분명한데도 공사 이관에만 매몰된다면 자칫 ‘제2의 폐비닐 사태’와 같은 대규모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환경부는 차제에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근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2015년 환경부 자료를 보면 쓰레기를 묻을 수 있는 시점은 대략 2032년까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처럼 ‘직매립 제로’를 목표로 한 폐기물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선진국 수준으로 갈 수는 없다. 이번 폐비닐 사태를 교훈 삼아 경제와 사회적 측면,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균형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 정책이 경제·정치 논리에 치우치다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사례는 많다. 이제 중앙정부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예방 가능한 일을 두고 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감내하라고 할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재활용 쓰레기든, 수도권매립지든 말이다.

이남훈(안양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