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목양실서 예배 준비… 성도들 행복 추구합니다”

입력 2018-04-24 00:00
22일 위임예배를 드리고 본격적인 담임목사 사역을 시작한 유진소 부산 호산나교회 목사가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며 목회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호산나교회 제공
호산나교회는 매주 9500여명이 예배를 드린다. 국내 봉사와 해외 선교 활동에 교인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성도들이 예배드리는 모습. 호산나교회 제공
부산 호산나교회는 22일 유진소(58) 목사 위임 감사예배를 드렸다. 유 목사가 담임(위임)목사로 확정된 건 2016년 4월 17일 교회에 부임한 지 2년 만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에 속한 교회는 교단법에 따라 신임목사 취임 후 2년이 지나면 공동의회 투표를 거쳐 위임목사로 결정한다. 유 목사는 위임투표에서 교인 90%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 19일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로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유 목사는 “하나님이 맡겨 주신 성도들을 위해 몸부림치겠다. 존경받는 목사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위임 투표에서 10% 교인이 저를 불신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더 좋은 목회자가 되어달라는 표시로 알고 목회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첫날 비행기 안에서 받은 교회 슬로건

유 목사는 그동안 예배와 말씀, 기도 등 목회 본질을 추구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외부 활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긴급한 일이 없는 한 오전 9시부터 교회 목양실에 앉아 날이 저물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의 부모님 댁을 방문한 것 외엔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일예배를 비롯해 수요예배와 화요여성예배 등을 위해 각각 3편의 설교를 준비하는 등 성도들을 위한 영의 양식 공급에 주력했다.

특히 수요예배는 기도의 렌즈로 성경 속 인물을 조명하는 연속 설교를 해 왔다. 그동안 구약시대 인물 50명을 다뤘다. 이 중엔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처럼 유명하지 않은 성경 인물을 비롯해 하나님의 뜻을 잃어버린 엘리까지 살폈다. 유 목사는 최근 이 설교를 모아 ‘기도의 사람’(두란노)을 펴냈다. 요즘엔 신약시대 인물을 설교하고 있다.

그는 “엘리의 경우 실패한 제사장이었지만 그가 신앙인인 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는 비극적 결말로 삶을 마감했지만 중요한 기도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기도란 어떤 원리나 이론이 아니라 신자들이 살아가면서 하나님 앞에 드리는 자신만의 스토리”라며 “기도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방식도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유 목사는 내적 치유와 성경 강해, 큐티를 통해 성경을 가르치는 목회자로 잘 알려져 있다. 연세대(철학과)와 장로회신학대신대원(M Div.)을 졸업하고 서울 성은교회 교육전도사, 서울 온누리교회 부교역자로 활동했다. 199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ANC(All Nations Church) 온누리교회를 개척해 20년간 목회했다.

호산나교회는 슬로건이 있다. ‘아름다운 교회, 행복한 성도’다. 유 목사 부임 당시 김해공항 상공에서 정했다고 한다. “착륙을 앞두고 기도했는데 그때 하나님께서 강하게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내 자녀(성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는 “아름다운 교회는 하나님이 원하는 교회의 모습”이라며 “아름답다는 말이 성경에 나올 때는 항상 창조질서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유 목사는 “교회가 아름다우면 성도가 행복할 것이고, 성도가 행복하면 아름다운 교회가 된다”며 “성도들이 먼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회는 성도들의 행복을 돌보는 일

호산나교회에는 매주 9500명이 출석한다. 성인 신자만 6500명, 교회학교 2500명, 6개국 예배에 500여명의 외국인이 나온다. 부산 지역 대형교회로서 책임과 역할은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 목사는 “성도들이 행복해하는 교회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이 될 수 있다”며 “내게 주어진 목회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지역 대형교회와 함께 영적 프로그램과 신앙훈련을 담당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를 이렇게 정의했다. “하나님께서 섬기라고 주신 사람들을 영적으로 가장 행복하게 돌보는 것입니다. 성도 한 명 한 명이 영적으로 행복해져서 그것 때문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그게 목회라고 생각합니다.”

목회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너무 행복하다. 목회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며 “성도를 섬기고 말씀을 전하는 것 자체가 이 땅에서 주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급”이라고 단언했다.

20년에 걸친 이민교회 경험은 목회를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민교회는 제 첫 목회지였습니다. 13명이 모여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교회 비전은 물론이고 양육과 행정 시스템 등을 학습했습니다. 이 모든 게 자산이 됐습니다.”

그는 관계를 중시하는 부산 지역 특성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경조사 때 성도들이 많이 참석하는 모습이 귀하다고 했다. 유 목사는 “권사님들이 장례예배 찬양 한 곡을 부르기 위해 서울까지 다녀오시는 걸 보고 놀랐다”며 “처음엔 이런 권사님들 마음을 모르고, ‘힘드시니 부산경남만 가시라’ 했더니 어려워하더라. 아직 ‘우리 목사’ 되는 게 멀었다”고 웃었다.

호산나교회 인터넷 홈페이지엔 독특한 기능이 있다. 메뉴 중 ‘교우소식’은 교인들의 장례를 공지한다. 장례가 발생하면 메뉴바가 깜박이며 알람이 켜진다. 교회의 ‘100가지 기도제목’을 PDF 파일로 제공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호산나교회는
긍휼·복지·협력·실버·문화·치유·봉사 7개 사역 힘써

호산나교회는 국내 사역과 해외 선교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는 긍휼 복지 협력 실버 문화 치유 봉사 7개 영역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봉사사역 중엔 'H맨'이 눈에 띈다. 교회를 처음 방문한 사람이 낯설어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이다. '호산나'의 영어 첫 글자 H에서 따왔다. H맨은 교회 방문자들이 예배드린 뒤 재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일대일로 5주간 섬기며 교회와 예수님을 알아가도록 배려한다.

선교사역도 국내 해외 전문인 다문화 4가지 분야에서 펼치고 있다. 해외 선교의 경우 20가정을 파송해 후원하고 있으며 협력 선교사도 72가정을 지원한다. 매년 교육부와 청장년부를 중심으로 단기선교도 실시한다. 연중 각 선교지의 상황과 일정에 맞춰 참가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 훈련한 뒤 참여하고 있다.

교회는 최근 키르기스스탄 인터내셔널유니버설칼리지(KIUC)와도 협력하고 있다. 캄보디아 큐티사역 등에도 나서고 있다. 유진소 목사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도울 뿐 아니라 교회가 줄 수 있는 복음의 행복한 삶을 다른 나라에도 전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전도 집회인 '사랑나눔 축제'는 부산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24∼29일 명지동 예배당에서 열리는 축제의 주제는 '은혜의 고백'이다. 조혜련 집사의 간증(24일), 수요예배(25일), '온유야 아빠야' 저자 장종택 목사의 말씀(27일), 주일예배(29일)로 이어진다. 유 목사는 "참된 행복은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할 때 온다"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