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하이데커 IFA 총괄사장 “전 세계 모바일 산업 중국과 경쟁 인정해야 ”

입력 2018-04-22 21:12

“한국과 일본을 추종하던 중국이 거대한 시장과 제품 생산능력을 앞세워 이제는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국제 가전전시회(IFA)의 옌스 하이데커(사진) 조직위원회 총괄사장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스페이스 시네마 파르코 데 메디치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기업은 모바일 산업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IFA는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IFA의 사전 행사인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GPC) 2018’에서는 ‘IT 굴기’를 표방해 온 중국의 존재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중국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약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이데커 사장은 “중국 업체는 비싸도 질 좋은 TV를 찾는 고객 수요에 맞춰 이미 프리미엄 TV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며 “아직까진 한국과 일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론 중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데커 사장은 음성 제어 인공지능(AI) 기술이 올해부터 본격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음성 제어 기술이 들어간) 사물인터넷(IoT) 제품은 세계 가전업체들이 마스터해야 할 주요 기술”이라며 “음성 제어와 AI 기술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거대한 흐름을 만들며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FA를 공동 주최하고 있는 독일가전통신산업협회(GFU) 역시 음성 제어 기술 시장이 올해 급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스 요아힘 캄프 GFU 감독이사회장은 “올해 음성 제어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3배 늘어난 1억5000만대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편 하이데커 사장은 한국의 AI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AI는 모든 가전기기를 연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미국 기업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AI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장의 리딩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로운 AI 솔루션을 갖고 IFA 무대에 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럽 빌트인 가전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선 “시장점유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다. 하이데커 사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 거둔 성적표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빌트인 가전은 삼성과 LG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힘을 쏟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밀레, 지멘스 등 빌트인 강자들의 텃밭인 유럽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데커 사장은 “유럽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낮은 가격이 아니라 높은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이미 몇몇 유럽 경쟁자들이 한국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로마=오주환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