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북·미 정상회담 6월 중순 제네바·싱가포르 검토…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 변수”
손턴 “北 발표는 매우 긍정적” 므누신 재무 “제재·압박 계속”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을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진전(Progress being made for all!)”이라고 환영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 제재와 압박 캠페인은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6월 중순에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의 메시지는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 중단 약속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북부 지역의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환영 메시지를 내놓았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던 그가 북한의 발표 직후 곧바로 이를 김 위원장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달 초 특사로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문제 협의차 22일 방한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발표는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핵실험 중단만으로는 이를 보상하거나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1일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할 때까지 제재와 최대한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의 또 다른 변수는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 여부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미국인 석방은 북·미 정상회담과 병행 추진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인들을 석방하면 북·미 양측의 외교적 진전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인들을 석방하지 않아도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과 협상 중”이라며 “미국인 3명이 돌아올 수 있도록 협상팀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 8∼9일)가 끝난 뒤에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을 ‘5월까지’ 만나겠다고 발표했다가 ‘6월 초나 그 이전에’ 만날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시기에 대해 유동적인 입장을 보였다. 회담 장소로 중국과 일본은 배제됐으며 제네바 혹은 싱가포르가 거론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모두를 위한 진전”… 北서 사전통보 받은 듯
입력 2018-04-2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