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핵무기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를 둘러싼 협상은 비핵화 협상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하지만 북한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지난한 협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전격 폐쇄를 선언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제외한 핵시설과 각종 개발 완료된 핵무기, 핵물질을 일정 기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 검증 절차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하기지 등에 숨겨놨을 가능성이 있는 핵탄두, 핵물질까지 완전히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군 소식통은 22일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명목으로 20년 넘게 개발한 핵무기를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 없이 단번에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핵무기 10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 50㎏가량을 수년 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 20기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400㎏을 비축해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매년 최대 40㎏ 규모의 HEU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핵무기 10∼20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영변 원자로 등 핵시설도 여러 곳에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ICBM급 미사일은 10기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29일 시험발사한 뒤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화성 15형’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해 7월 4일과 28일 각각 발사한 ‘화성 14형’과 지난해 5월 14일 발사한 ‘화성 12형’ 등도 있다.
고출력 엔진 개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완성 시점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종말유도 기술이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갖춰지는 시점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평화적 우주 개발’이라고 주장하며 탄도미사일 기술 완성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 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됐다”며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도 진행됐다”고 밝힌 상태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핵시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1980년대 영변 원자로를 가동한 뒤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핵물질을 확보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택 기자
北, 핵무기·핵물질 폐기 여부엔 명확한 입장 없어
입력 2018-04-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