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본격화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담한 ‘광폭 행보’ 스타일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부 권력 장악과 핵무력 완성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1월부터 외교 보폭을 넓혀 왔다. 김 위원장이 선대(김일성·김정일)를 뛰어넘는 깜짝·파격 외교로 향후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후계 세습을 공고화하기 위해 내부 체제 결속에 집중해 왔다. 집권 직후인 2012년 7월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을 숙청했고, 2013년 12월에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했다. 2015년 4월에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했다. 당·정·군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이었다.
내부 공포 통치와 별개로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선언하고, 핵 능력 고도화에 주력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4번의 핵실험, 90여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강행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미국 본토 전역이 타격권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동시에 미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자신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깡패’라고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남·대미 강경 노선으로 치닫던 김 위원장은 하지만 1월 신년사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고, 2월에는 전격적으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서울로 보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도 이어졌다.
3월에는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최근 김 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를 비밀리에 만나 비핵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이후 7년간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이 불과 4개월 동안 남측과 미국, 중국과 접촉하며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2일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비핵화 카드를 들고 외교 무대로 나왔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핵무력 완성과 권력 장악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조만간 이뤄질 북·미 정상회담에도 김 위원장의 돌발적이고 파격적인 협상 스타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 문제나 남북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남측과 미국의 예상범위를 벗어나는 깜짝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파격 행보가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치밀하게 계산된 ‘몸값 올리기’ 전술이란 시각도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돌발적·파격적 스타일… 김정은 ‘광폭 행보’ 언제까지?
입력 2018-04-22 18:45 수정 2018-04-22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