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장기 상용화 땐 경제력 차이가 수명 격차 초래”

입력 2018-04-22 21:13 수정 2018-04-22 22:59

지난해 한 망막색소변성 환자는 국내 최초로 인공 눈 ‘아르구스Ⅱ’를 이식받았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무한동력 심장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은 눈앞으로 다가온 현실이 돼 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인공장기의 미래를 분석한 책자를 펴낸 것도 이런 현실과 닿아있다. 연구 책임자인 안지현(사진) 부연구위원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만큼 우리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TEP이 발간한 ‘바이오 인공장기의 미래’에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해 인공장기가 미래 사회 각 분야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다. 2001년 도입된 기술영향평가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인공장기란 인간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할 때 이를 대체하도록 사람의 기술로 만들어낸 장기다. 매년 1000여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절실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학자들은 20∼30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안 부연구위원은 이번 논의 과정에서 인공장기의 ‘명’만큼이나 ‘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고 했다. 그는 “인공장기가 개발되면 수명, 특히 건강수명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인공장기에 드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면 경제력 차이가 곧 ‘수명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 부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등 관련 제도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장기가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측이 나왔다. ‘고령층이 인공장기로 건강을 되찾으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경쟁을 벌일 것’ ‘명품 장기로 신체 능력이 향상된 사람들이 취업 등에서 우대받을 것’ 등 다양한 시민 의견도 책에 담겼다.

안 부연구위원은 “옳고 그름이 뚜렷하게 갈리지 않는 이슈가 더 많았다”며 “신체를 설계할 수 있는 자유를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 생명경시 현상의 일부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를 마련하되 연구자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