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충분… 신중히 지켜봐야” 경계

입력 2018-04-22 18:39

일본은 21일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핵 실험장 폐쇄 발표와 관련해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불충분하다”며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2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환영하지만 실제로 핵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움직이는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현재 단계에서 대북 제재 해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각 관료들 역시 경계감을 드러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고노 다로 외무상은 “1보 전진”이라고 평가했지만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노 외무상은 2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늦어도 그때까지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정권교체가 없다.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북한이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도 21∼22일 연일 북한의 발표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구체적인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보수적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체제 보장 등의 대가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의 발표는 핵보유국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 등 중도와 진보 신문도 기대감과 함께 경계감을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의 극히 일부분을 잘라내서 판매하는 식의 흥정을 계속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북한의 결정을 반겼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김정은의 결정을 한반도 긴장 완화를 향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한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지역 내 군사활동을 줄이고, 다가오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상호 동의할 만한 협정을 맺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페디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북한의 결정은 긍정적이며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원해 온 조치”라고 환영하면서 “이번 선언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