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률 첫 공개… 11곳이 50% 밑돌아

입력 2018-04-22 19:21 수정 2018-04-22 21:50

원광·제주·전북대는 20%대… 서울·연세·고려대만 70% 넘어
매년 하락… ‘변시 낭인’ 양산 우려
연세대 누적합격률 94% 최고… 하위 로스쿨 통폐합 논란일 듯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가운데 11곳이 올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로스쿨은 70% 이상의 합격률을 보였지만 원광대 전북대 제주대 3개 로스쿨은 합격률이 20%대에 그쳤다. 로스쿨 간 합격률 격차가 최대 3배 넘게 벌어졌다.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가 22일 공개한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 자료에 따르면 7회 변시에서 합격률이 50% 이상인 곳은 SKY대와 합격률 4위인 아주대(68.12%) 등 14곳에 불과했다. 원광대(24.63%)를 비롯한 5개 로스쿨은 응시자 3명 중 1명도 채 합격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는 로스쿨별 제1∼7회 변시 누적합격률도 공개했다. 변시는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시점부터 5년 내 5회까지 응시할 수 있다. 25개 로스쿨 석사 취득자의 누적합격률 평균은 83.10%였다. 그동안 변시에 응시한 100명 중 83명 정도가 변호사 자격을 딴 셈이다.

누적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연세대(94.02%)였다. 서울대(93.53%) 고려대(92.39%) 아주대(91.9%) 성균관대(90.43%)가 뒤를 이었다. 동아대(67.82%) 제주대(67.78%) 원광대(62.6%) 등은 최하위권이었다. 법무부는 “실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통계자료는 누적합격률”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로스쿨 정원은 2000명이지만 변시 합격자 수는 매년 1400∼1600명 수준이다. 응시기간에 제한은 있지만 재응시자가 누적되면서 불합격자 역시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변시 합격률은 1회(87.14%) 시험 이후 해마다 하락해 7회(49.35%) 시험에선 50% 선이 붕괴됐다. ‘변시 낭인' 양산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법무부는 그간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할 경우 로스쿨 간 서열이 고착되고 과다 경쟁으로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전체 응시·합격자와 전체 합격률만 밝혔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로스쿨별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 합격률 정보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 항소심까지 승소하자 법무부는 “법원 판단에 따르겠다”며 공개를 결정했다. 이번 합격률 공개로 하위 로스쿨 통폐합 논란 등이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현실적으로 학교 간 합격률과 교육의 질 차이가 나는 만큼 앞으로 합격률이 저조한 학교가 우선적으로 통폐합 대상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