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검색부터 대출까지… 부동산에 공들이는 은행

입력 2018-04-23 05:01

은행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큰손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어’를 하는가 하면, 경매시장 대출상담 서비스에도 뛰어들었다. 매물 검색부터 금융서비스까지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부동산 플랫폼’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전당포식 영업’이 가속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시각화 콘텐츠를 도입 중이다. 부동산 대출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한 국민은행은 지난해 리브온을 내놓은 뒤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리브온에 부동산 평면도, 단지 외관, 전경 등을 볼 수 있는 시각화 콘텐츠를 더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부동산 플랫폼 경쟁에 가세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위비홈즈’를 출시한 뒤 지난달부터 위비홈즈에서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상품’을 팔고 있다. 위비홈즈는 매도호가, 실거래가, KB시세, 한국감정원 시세 등 4가지 부동산 가격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경매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 달에 부동산 경매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신한옥션SA’를 내놓을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호갱노노’와 제휴를 맺고 ‘찾아가는 대출 상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액자산가(VIP 고객)를 대상으로 ‘부동산 투어 세미나’도 열고 있다. 전문가들이 고객과 함께 투자 관심지역을 직접 찾아보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쏟는 건 ‘미래 먹거리’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세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부동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은행의 ‘부동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 플랫폼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지만, 잠재 고객과의 연결통로가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규제로 집단대출, 주택담보대출 같은 기존 사업이 한계에 부닥쳤다”며 “부동산 플랫폼으로 양질의 정보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당포식 영업’을 버리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쉬운 부동산 중개, 대출에만 집중하면서 기업대출, 스타트업 금융 지원 등 ‘생산적 금융’을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438조6340억원인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388조2310억원에 그쳤다. 2015년 3분기에 가계대출(368조7880억원)과 기업대출(351조7700억원)의 격차가 크지 않았던 점과 대조적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핵심인 주택담보대출도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443조1676억원이었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4분기에 464조2085억원까지 늘었다.

은행이 부동산업에 빌려주는 돈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말 68조9000억원이었던 부동산업 대출은 지난해 말 143조1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부동산업은 전자·철강 등 제조업에 비해 생산 유발이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떨어진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