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회사 계열사주 팔아야” 삼성생명 압박

입력 2018-04-23 05:05
사진=뉴시스

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에 다시 속도를 붙이고 나섰다. 대기업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에 매각 방안을 강구하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 중인 삼성생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삼성증권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최 위원장이 지난 20일 간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금융개혁이 늦춰지고 있다는 일부 지적을 보면서 국민 기대에 맞게 속도감 있게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금융감독원장 자리가 빈 상황에서도 금감원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 등 본연의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의 경우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 개정 이전에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권에선 이 발언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의미한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시장가격 기준)까지만 갖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산분리(은행·보험사 등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결합 제한) 원칙’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전자 지분 8.27%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상당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여기에다 최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해 자본규제 방안 공개 시점을 연말에서 오는 6월로 당겼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는 2곳 이상의 금융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문제 등을 감독하기 위해 도입됐다. 최 위원장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이사회 내 견제·균형 강화 등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고는 이달 말에 금감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증권 매매제도도 근본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방안은 2분기 중에 발표키로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이 촉발한 금융실명법 개정 작업도 속도를 높인다. 최 위원장은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의 경우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제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