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감일동서 ‘백제판 현충원’ 찾았다

입력 2018-04-22 19:22 수정 2018-04-22 21:49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한성백제 시대의 최고위층 무덤 50여기가 발굴됐다. 석실묘 17호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왼쪽)과 중국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계수형 토기. 하남역사박물관 제공

한성백제 시대의 ‘국립현충원’으로 여겨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최고위층 집단 무덤이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발굴됐다.

22일 하남시와 하남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고려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감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부지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횡혈식 석실분(石室墳·굴식 돌방무덤) 50여기가 발굴됐다. 발굴 지역은 백제의 한성 도읍기 도성으로 추정되는 서울 송파구의 몽촌토성, 풍납토성에 서 2∼3㎞ 이내에 위치한다. 석실분이 이렇게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석실분은 일반인이 아닌 귀족층의 무덤 형태로 서울 방이동 고분군에서 1∼2기가 나오는 등 전국에 70여기가 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굴된 석실분은 경사진 면에 땅을 파서 직사각형 묘광(무덤 구덩이)을 만들고 바닥을 다진 뒤 길쭉하고 평평한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조다. 묘광은 세로 330∼670㎝, 가로 230∼420㎝이고, 석실은 세로 240∼300㎝, 가로 170∼220㎝다.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은 “왕실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집단무덤으로 보인다”면서 “백제가 도성을 만들면서 최고위층과 유공자를 묻기 위해 마련한 장소, 현대로 치면 ‘백제판 국립현충원’으로 봐도 될 듯하다”고 말했다.

부장품으로는 청자 계수호(鷄首壺·닭머리가 달린 항아리)와 부뚜막형 토기 2점이 나왔다. 청자는 당시 중국에서만 만들 수 있었고, 부뚜막형 토기를 묻는 풍습도 중국식이다. 중국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국제화된 백제사회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