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 시대의 ‘국립현충원’으로 여겨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최고위층 집단 무덤이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발굴됐다.
22일 하남시와 하남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고려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감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부지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횡혈식 석실분(石室墳·굴식 돌방무덤) 50여기가 발굴됐다. 발굴 지역은 백제의 한성 도읍기 도성으로 추정되는 서울 송파구의 몽촌토성, 풍납토성에 서 2∼3㎞ 이내에 위치한다. 석실분이 이렇게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석실분은 일반인이 아닌 귀족층의 무덤 형태로 서울 방이동 고분군에서 1∼2기가 나오는 등 전국에 70여기가 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굴된 석실분은 경사진 면에 땅을 파서 직사각형 묘광(무덤 구덩이)을 만들고 바닥을 다진 뒤 길쭉하고 평평한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조다. 묘광은 세로 330∼670㎝, 가로 230∼420㎝이고, 석실은 세로 240∼300㎝, 가로 170∼220㎝다.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은 “왕실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집단무덤으로 보인다”면서 “백제가 도성을 만들면서 최고위층과 유공자를 묻기 위해 마련한 장소, 현대로 치면 ‘백제판 국립현충원’으로 봐도 될 듯하다”고 말했다.
부장품으로는 청자 계수호(鷄首壺·닭머리가 달린 항아리)와 부뚜막형 토기 2점이 나왔다. 청자는 당시 중국에서만 만들 수 있었고, 부뚜막형 토기를 묻는 풍습도 중국식이다. 중국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국제화된 백제사회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하남 감일동서 ‘백제판 현충원’ 찾았다
입력 2018-04-22 19:22 수정 2018-04-22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