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코앞서 쓰러진 마라토너… 운동욕심이 부르는 ‘횡문근융해증’ 돌연사

입력 2018-04-24 05:05 수정 2018-04-27 18:06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김찬호 교수(왼쪽)가 지난 19일 갑작스레 고강도 운동을 무리하게 하다 근육이 손상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 여성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국제성모병원 제공

축구 동호인 A씨가 운동장에서 100m를 전력 질주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사결과 핏속에서 높은 수치의 칼륨과 미오글로빈 성분이 검출됐다. 근육이 손상되고 콩팥 기능도 떨어져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위험신호다.

초인적인 체력을 자랑하던 아마추어 마라토너 B씨는 결승선 몇 발짝 앞에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역시 정상인의 서너 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혈중 칼륨 농도가 원인이었다. B씨는 결국 고칼륨혈증으로 사망했다.

‘횡문근융해증’으로 돌연사 위험에 빠진 사례들이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김찬호 교수는 23일 “운동에 욕심을 내다가 횡문근융해증으로 낭패를 겪는 사람들, 음주 후 무리하게 운동하다 갑자기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횡문근융해증이란 한마디로 근육세포가 깨져 검붉은 소변을 보는 병이다. 횡문근은 운동신경이 지배하는 우리 신체 대부분의 골격근을 말한다. 무리한 운동, 장시간 부동자세 등 근육을 압박하는 고강도 신체활동이나 외상(62%) 과도한 음주(6%) 감염(4%) 등에 의해 손상된다.

횡문근이 손상되면 근육세포 내의 미오글로빈, 단백질, 크레아틴, 이온 등이 핏속으로 흘러들어 콩팥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환자들은 대개 ‘운동을 한 부위에 갑작스런 근육통이 생겨 몸을 가눌 수 없다’고 하거나 ‘콜라처럼 검붉은 색깔의 소변이 나온다’ ‘소변 양이 줄었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증상들은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며 수액치료를 받아야 개선된다. 콩팥까지 손상됐을 때는 핏속의 오염물을 걸러내는 투석치료도 필요하다. 운동 후 근육통으로만 단순히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돼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심한 운동이나 야외활동 후 근육통, 소변색 변화, 발열, 전신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