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간 1차례씩 시범 통화
文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 이르면 이번 주말 정상 통화
“평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 잘 들립니까?”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20일 사상 처음으로 개통됐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북한 국무위원회 실무자는 이날 오후 4분19초간 각각 서로 1차례씩 전화를 걸어 시범 통화를 끝마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통화를 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의 시범 통화를 오후 3시41분쯤 완료했다”며 “전화는 매끄럽게 연결됐고, 상태도 매우 좋았다.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송 실장이 먼저 북한 국무위원회에 전화를 거는 것으로 시범 통화가 시작됐다. 송 실장은 “남측 서울은 아주 날씨가 좋습니다. 북측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국무위원회는 “여기도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송 실장이 3분2초간 통화한 뒤 전화를 끊자 이번엔 국무위원회가 전화를 걸어와 1분17초간 통화했다. 송 실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고, 국무위원회가 “그럼 이것으로 시험 통화를 끝냅시다”고 답하면서 시험 통화가 마무리됐다.
직통전화는 문 대통령의 여민관 집무실 책상 위에 설치됐다. 관저 집무실을 비롯해 문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모든 공간에서 통화가 가능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타 정상과의 핫라인처럼 보안을 위한 비화장치도 설치됐다. 북한의 설치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전화기가 놓여있다면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책상 위에 김 위원장과 언제든 전화할 수 있도록 연결이 된 것은 분단 70년 이래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정상 간 첫 통화 시기를 조율 중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통화에서 간단한 안부와 함께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와 성공적인 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통전부)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정상 채널까지 확보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망을 완비하게 됐다.
윤 실장은 “21일 오후 판문점에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판문점 상황실이 개소되면 꼼꼼하게 준비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는 휴대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남북은 정상회담 기간 각각 통신차를 운용해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토록 준비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평양입니다” “청와대입니다”… 옆집서 전화한 듯 생생
입력 2018-04-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