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택배 지원’도 알아서… 입주민-택배사 끝없는 갈등
해법 찾지 못해 원점 회귀 구조적인 시스템 개선 시급
정부가 다산신도시 택배 분쟁의 해법으로 ‘실버 택배’를 제시했다가 세금 지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선 본사와 지역별 개인사업자로 이원화돼 있는 국내 택배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의 다산신도시’ 분쟁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20일 “(다산신도시 문제는)서비스에 대한 개념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면서 “특히 시장 점유율이 큰 일부 택배 사업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 양태를 주장하면서 문제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신도시처럼 지상에 차량 진입을 하지 못하는 아파트들이 많이 생기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국토부도 실버택배는 철회했지만 택배물품 보관소 설치,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를 조절하는 등의 방안은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택배 시스템을 뜯어 고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물류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CJ대한통운·롯데택배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택배회사들은 지역별 개인사업자와 계약해 배송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들이 하루 평균 13시간, 250개 물량을 배송해야 월 평균 250만원의 수익을 낸다고 주장한다. 물량이 많을수록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라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노조의 주장과 달리 수익을 위해 개인사업자들이 과도한 물량을 독식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송 물량을 핑계로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택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다산신도시에서 기형적 형태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 다산신도시에서 집 앞 배송을 거부한 곳은 대기업과 계약한 개인사업자였다. 중소기업보다 물량 자체가 월등히 많은 이들 사업자는 카트를 밀어 물건을 가져다 줄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택배노조 주장과 달리) 대기업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들은 한 달에 600만~700만원씩 버는데 물량을 뺏기면 자기 수익이 줄어 절대로 내주지 않는다”면서 “물량을 뺏기기 싫어 아내를 고용해 1000만원 이상 버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본사는 서비스 질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개인사업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해 패널티 부과 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중소 택배사들은 일일이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했다.
이 교수는 “서비스 형태와 가격을 다양화하고 소비자가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택배사들이 공정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택배시스템 안바뀌면 ‘제2 다산신도시 사태’ 시간문제
입력 2018-04-21 05:00